- 제목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는 평생학습, 노인들 무대에 서다
- 담당부서 동구평생학습원
- 작성일 2013-11-15
“아이고~ 그 싸가지가 바가지인 년, 지가 부녀회장이면 다야?”
대전시 동구 평생학습원에서 한 할머니의 거침없는 고성과 이를 맞받아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노기가 서린 말이 마치 큰 싸움이라도 난 것 같지만, 사실은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의 대본을 보며 연기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동구 평생학습원에 개설된 연극반 ‘인생 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지도-이충무 건양대 교수, 남명옥 연극인) 단원들입니다.
▲동구 평생학습원 연극강좌 '인생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
단원 9명 모두가 60세 이상이며, 모두 연기는 살면서 처음 해보는 것이라는데, 표정과 목소리는 전문 극단 못지않습니다.
인생 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
지난 8월 동구 평생학습원으로 지원서를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 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라고 적힌 모집 현수막을 보고 무엇에 끌린 듯 무작정 왔다는 것.
단원 박문숙(66) 할머니는 “나이를 먹어가는 게 우습기도 하고 허무하다는 생각도 하던 차에 인생 2막이란 문구가 끌리듯 와 닿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모임은 수업 첫날부터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서로 처음 만났는데도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과감하게 내놓으며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하려는 노인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이충무 지도교수는 “젊은이들도 용기가 없어 스스로 꿈을 꺼트리는데, 나이 많은 분들이 제2의 인생을 만들기 위한 용기는 감동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연습 중인 동구 평생학습원 연극강좌 '인생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 .
용기 백배의 기상으로 시작했지만, 첫 4주 동안은 어려움도 많았다고 합니다. 처음 연극을 해보는 데다, 가족과 생업 등의 생활여건도 제각각일테니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공연(11월 18일)을 며칠 밖에 남기지 않은 이날도 치매에 걸린 부인을 간병하는 할아버지는 연습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가지 않고 서로를 알아가며 친해지면서 과정 자체가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연극을 가르치는 남명옥 강사는 “짧은 기간이지만 어르신들이 보여준 발전에서 놀라운 희망을 봤다”며 “아마도 연극 이상의 꿈과 희망을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구 평생학습원에서 '인생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 단원과 연극 수업을 진행하는 연극인 남명옥 강사.
평생학습은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는 것
“평생학습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없이 달려온 인생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고 보람 있어요.”
‘인생 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를 지도하는 이충무 교수는 현재 대전시민대학과 연합대학 등에서 연극을 통해 자신을 찾아주는 평생교육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충무 교수는 그 동안 많은 평생학습 강의를 다니며 느꼈던 공통점을 ‘사람들이 모두 사춘기를 앓고 있더라’고 표현합니다.
“평생교육에 목말라서 찾아온 분들의 공통점은 마치 새로운 사춘기처럼 ‘나는 누구지? 어떻게 살지?’를 질문하는 사람들이었죠.”
▲동구 평생학습원 '인생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를 이끄는 이충무 건양대 교수.
이런 모습은 이번 ‘인생 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를 진행하면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단 한 줄의 문구를 보고 용기를 내어 찾아온 노인 스스로도, 이충무 교수와 남명옥 강사도, 평생학습원 관계자도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충무 교수는 “우리는 흔히 노인이라면 무력감에 휩싸인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무엇인가 도전하고 마음은 젊은이와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며 “진정한 항해는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찾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인생 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연극 : 경로당 폰팅사건)’는 11월 18일 오전 10시 중구 성모병원 앞 드림아트홀에서 막을 올립니다.
인생 2막 연극에서 꿈을 찾다
김경림
손등의 주름과 무릎의 큰 주림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
아침 일찍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한다
아픈 몸과 늙는다는 것이 서럽고 살아갈 날이 멀게만 느껴질 때 쯤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는 프랭카드를 보고
용기내어 연극을 시작했다
다 늙어서 주책이라 해도 괜찮아
젊은이도 어렵다는 연극을 어떻게 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연극 연습을 하면서 친구도 생기고
외로울 틈도 없이 몇 달을 보냈다
처음에는 대본을 읽어도 더듬고 미숙했지만
읽고 또 읽고 하는 동안 마음이 열려
따스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남도 걱정하게 되고 내 아픔과 괴로움이 나눌수록 작아져
웃지 않던 이도 웃게 된다
황혼에 걸려 있는 이 나이에
연극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고
연극 속에 빠져들어 웃다 울다 어깨춤도 추어보고
이런 날이 다시 올까 꼬집어도 봤다
희끗희끗한 머리면 어때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이면 어때
꿈을 찾아 연극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다
아픈 남편 뒷바라지로 허리 필 날 없이 지냈어도
아들 딸 걱정으로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지냈어도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
아픈 허리와 무릎과 우울증도 떨쳐내고 도전을 해본다
숲해설사 웃음치료사 사진찍기 못할 게 없어 보인다
얼굴에 웃음이 생기니 꿈도 생기고
꿈이 있으니 못할것이 없다
백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제 인생 2막의 시작이다
연극처럼 살고 싶다
※단원 김경림(57) 씨는 나이가 기준(60세)에 미달돼 정식 단원은 되지 못했지만, 이번 연극을 통해 자신의 시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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