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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맵시로 입는 한복, 대전 중앙시장 한복거리-수림주단을 찾아서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12-27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명창현 방송작가


중요한 날 입을 한복을 고르려고 나섰다면 중앙시장으로 가보자! 중앙 시장은 예부터 한복 거리로 유명했다는 걸 대전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알고 있다. 대전우체국 뒤 동구청 정문 근처엔 한복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주차가 불편하다는 것도 옛말이다. 중앙시장 복합주차빌딩에 주차를 하면 되는데, 지금은 중앙 시장에 100여 곳의 한복집이 있고, 신중앙시장에만 25곳의 한복집이 모여 있다.



우선 주차를 하고 신중앙 시장으로 들어서자 양 옆에 무슨 무슨 주단과 무슨 무슨 한복이라는 간판과 이불가게들이 즐비하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와 자녀 결혼을 앞둔 어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한복거리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수림주단은 B동 47호, 거기서 한복집을 27년째 운영하고 있는 단아한 생활한복 차림의 최소영 사장을 만났다. 중앙 시장엔 오랜 시간을 지켜온 어르신들만 있을 것 같지만, 피부도 곱고 생각했던 것보다 젊은 분이다.



수림주단 최소영 사장



요즘 한복집을 찾는 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먼저 물었다.



“예전엔 칠순잔치, 환갑 잔치에도 자녀들이 한복을 맞춰 입었는데 지금은 그런 거 많이 없어졌잖아요? 주로 결혼식에 신랑 신부, 그리고 양쪽 어른들이 오시죠. 요즘엔 사돈 될 분들이 나란히 와서 같이 한복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치마를 똑같이 한다거나 저고리를 같이 해서 입어요. 예전엔 친정 어머니는 분홍, 시어머니는 파랑을 입었잖아요? 근데 이런 모습도 많이 줄었어요 그냥 양쪽 분들이 황금색을 많이 해요. 황금색은 부를 상징하잖아요. 그래서 사돈끼리 황금 치마에 보라색 저고리, 황금 치마에 붉은 저고리를 각각 차려 입으면 얼마나 눈부신데요? 요즘 칠 팔십 퍼센트는 사돈과 같이 와서 하는 일 많더라구요.”



사돈과 나란히 와서 한복을 맞춘다니 의외였다. 아마 요즘엔 자녀가 많지 않아서 그런가, 며느리도 사위도 다 자식처럼 받아들이고 사돈끼리도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지내고 싶은 마음에 예비 사돈이 함께 한복을 맞추러 오는 모양이란다. 달라지는 세태를 한복집에서도 실감 하게 된다. 자녀들과 사돈과 한복 색을 맞춰 입고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결혼식 풍경! 보기 좋을 것 같다.



수림주단에 진열된 한복 원단



최소영 사장이 이렇게 소신 있게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대를 이어서 손님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본인이 수림주단에서 한복을 해 입었는데, 자신의 자녀 결혼시킬 때 와서 한복을 또 하면서 “우리 손주 결혼시킬 때까지도 하세요” 라고 한다는 것! 그러면 최소영 사장은 “아, 네, 그래야죠” 라고 하지 않는다.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



“예전엔 한복 하면, 나이 드신 분들 찾았는데요, 요즘엔 감각이 떨어진다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한복 디자인도 좀 따라가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장도 옛날하고 달라서 시대의 유행 흐름을 빨리 반영해줘야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부산에 최소 2개월에 한 번 씩은 가서 한복의 요즘 흐름을 배우고 와요. 부산은 가장 앞서가는 패션 1번가예요."



최소영 사장의 말에 의하면 요즘의 한복 추세는 고름이 좁고 짧고, 깃도 달라졌다고 한다. 끝동에도 화려한 문양을 넣고, 자수도 많이 들어간다. 배래도 일자 배래로 예전처럼 배래가 풍성하지 않다. 옛날 사극에 보면 풍성한 소매안에 뭔가 숨겨 갖고 다니기도 하던데, 요즘 배래는 그런 역할은 거의 못한 것 같이 소매가 일자라서 활동이 편하다.



최사장은 유행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지만, 시장의 넉넉한 인심 또한 잃지 않고 있다. 그녀는 가게 안에 밤, 고구마 같은 군것질 거리들을 갖다 놓고 오가는 손님들께 권하고, 최대한 고객의 마음을 맞춰드리려 노력한다. 비싼 돈 주고 한복을 했는데 마음을 맞춰드리고 요구를 들어드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만약 고객이 한복을 맞추고 찾으러 올 때 밤늦게 밖에 시간이 없다는 고객이 있으면 밤 10시까지라도 기다려준다. 그리고 택배로 보내야하는 거리면 꼭 전화해서 옷은 잘 맞는지 색은 맘에 드는지 확인한다.



“한 번은 충북 영동에 사는 분이 한복을 맞추러 오셔서 나중에 바느질 된 옷을 택배로 보내드렸는데요, 옷 잘 맞으세요? 전화했더니 “한복이 좀 이상해요. 저고리도 뒤로 넘어가고, 허리도 뜨고 그러네요”하는 거예요. 그래서 괜찮으면 밤에 찾아뵈어도 되냐고 묻고, 직접 영동으로 달려갔는데, 그분은 저한테 대접하려고 밥을 다 지어서 차려 놓으셨더라구요. 근데 한복을 입혀봤는데요 정말, 좀 안 어울리시더라구요. 몸이 좀 뚱뚱했는데, 한복이 좀 들뜨는 거예요. 그래서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다시 만들어드렸더니 과연 예쁘게 맞았어요. 저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분은 너무나 고마워하면서 집에서 농사 지은 쌀과 무 같은 농산물을 차에 실어주시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명절 때나 연말이면 가게 잘 되세요? 전화가 와요. 그리고 이 근처에 오실 땐 뭘 사들고 오세요. 농사 지은것도 때때로 보내주시고...사실 제가 고마운 건데, 너무나 고마워 하시더라구요.“



사실, 한복을 그냥 드린 것도 아니고 대가를 받고 지어드렸는데도 너무 고맙다며 떡을 보내고, 이것 저것 가져오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시장의 인심이 그래도 고객과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그냥 거래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정이 통하는 곳이 시장이 아니던가?



누구보다 예쁘게 한복을 입게 해주는 역할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최소영 사장은 손님과 어떻게 상의를 할까 궁금했다.



수림주단 한복



“손님이 처음 오시면 어떤 용도로 입을 건가를 먼저 여쭤봐요. 혼주로 입을 건지, 하객으로 입을 건지, 그리고 그 다음엔 피부톤과 목 길이, 키, 같은 걸 고려해서 선택을 권해드립니다. 목이 너무 짧거나 가슴이 튀어나온 경우는 아무래도 한복이 덜 어울리죠. 하지만 한복을 체형의 단점을 잘 가려주는 의상이라 색을 잘 맞춰 드리면 예쁘게 입을 수 있어요. 일단 수림주단에서 만들어 입고 예뻤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저는 최선을 다해서 상담을 해드려요. 어떤 집은 그냥 팔고 돈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저는 맘에 안 든다고 그러면 다시 손질해드려요. 근데 최대한 잘 입게 해드리고 애써서 만들었는데 변수가 생길 때도 있어요. 막상 입혀놓으면 제가 봐도 잘 안 어울린다고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저고리 하나 더 만들어 드려요.“



항상 예쁘게 만들려고 고민을 한다는 최소영 사장은 평소에 손님이 없을 때는 한복 색을 배합해보고 고름도 이색 저색으로 달아보고 고민을 한다. 색감을 좀 타고나기도 했지만 계속 연구를 하는 편이란다.



TV에서 사극을 봐도 그렇고 한복도 유행을 많이 타는 것 같던데 요즘 가장 최신 유행 한복은 어떤 건가도 궁금했다.



“요즘 한복은 디테일이 중요하죠. 저고리에도 화려한 수가 놓이고, 색이 투톤이상 많이 들어간 걸 선호해요. 그렇게 재단하면 어깨도 좁아 보이고 결점도 가려지거든요. 그리고 저고리 고름도 가늘고 짧아진데다 저희집은 고름이 저고리나 치마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으로 하는 게 특징이예요. 깃이나 배래, 끝동에도 여러 가지 색을 더 넣기 때문에, 바느질이 더 까다로워졌는데, 그래도 가장 좋은 날 입는 거니까 좀 화려해도 좋잖아요.”



수림주단 내에 진열된 한복



그런데 예쁘게 만들어 놓아도 입는 사람이 잘 입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최사장은 강조한다.



“한복은 입는 몸가짐도 중요해요. 머리를 풀어헤치거나 부스스한 채 한복을 입으면 맵시가 살지 않잖아요. 머리도 단정하게 올리고, 화장도 좀 곱게 하고, 속옷도 제대로 갖춰입고, 버선이랑 꽃신이랑 다 갖춰 입어야 하죠. 그리고 한복입는 방법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예뻐요. 그래서 저는 아무리 멀어도 한복은 직접 배달하고 직접 입혀드려요. 입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드리는 거죠. 때로는 서울까지도 한복 갖다드리러 가거든요?”



명절이 가까워지면 옛날 어머니들은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한땀한땀 공을 들여서 식구들의 한복을 새로 지으셨다. 집안일 빈틈없이 하시면서도 바느질 솜씨도 장인의 것이었던 당시 어머니들은 야무진 손끝으로 밤새워 식구들의 한복을 지어내놓으셨다. 그래서 명절 아침이면 식구들 몸에서 눈부시게 빛이 났던 한복!


지금은 집에서 옷을 짓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입는 것 조차도 거추장스럽다며 벗어버리는 시대다. 그래도 아주 중요한 행사에 정갈하게 한복을 챙겨 입은 모습은 무척 고와보인다.



한복은 너무 강렬하게 튀거나 하지 않고 가을 햇살처럼 은은한 빛깔이 매력이라고 한다. 조선 백자나 고려 청자 같은 우리의 전통 빛깔! 쪽빛 가을 하늘이나, 초가지붕에서 말라가던 빨간 고추 빛깔, 그리고 가을 들판의 쑥부쟁이와 구절초, 여름날의 봉숭아와 봄날의 복사꽃을 닮은 빛깔로 지어진 옷들이고, 정숙한 절제의 미가 들어 있는 옷이며, 진선미의 아름다움이 배어 들어 있는 의상이라고 한다. 평상시엔 거추장 스럽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우리 얼과 전통과 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옷이기 때문에, 명절 만이라도 살아 있는 한복을 입어본다면 그동안 거친 삶에서 흐트러졌던 매무새며 살아가는 자세가 저절로 바로잡아 질 수 있을 것이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명창현 방송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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