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원도심을 지키는 대전창작센터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12-09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백옥희 구성작가
2008년 정식으로 개관한 대전창작센터는 국내 최초로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복합문화센터다. 이곳은 1958년 농산물 검사소 대전지소가 자리했던 관공서 건물로 1999년 ‘대전시 좋은 건축물 40선’에 선정됐고, 2004년 9월에는 등록문화재 제100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한국 근대건축의 역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지역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1999년 (구)국립 농산물 품질관리원 충청지원이 이사를 간 후, 줄곧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빈 공간이기도 했다.
▲국립 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 쓰였던 대전창작센터 옛모습
건물 주변은 언제나 한산했다. 지하상가 입구가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인적이 드물어 스산한 기운마저 느껴졌던 곳. 어쩌면 그렇게 오랫동안 도시의 흉물로 남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던 건물이 조금씩 사람의 온기를 머금기 시작한 것은 바로 2005년부터다.
이러한 변화는 대전시립미술관 김민기 학예연구사의 작은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대전시립미술관은 병원 로비, 도서관, 지하상가, 대흥동 골목 등의 미술관 밖 공간을 활용한 <열린미술관> 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전시 프로그램 기획에 몰두하고 있었던 김민기 학예연구사는 도심 속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던 대전창작센터 건물을 눈여겨보았고, 관리부처인 보훈청에 <열린미술관> 전시를 제안했다. 그 후 2년에 걸쳐 2회의 기획전시를 진행했고,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대전창작센터 개관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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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전창작센터 모습
“처음 건물이 지어진 1958년 당시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현대의 미술전시 시스템을 어떻게 잘 연결해놓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문화재청 위원들에게 자문과 심의를 받아서 모든 작업을 진행했고 건물 외벽 색깔은 물론 구조 하나하나까지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열린미술관> 전시가 진행되면서 대전창작센터 건물의 관리부처가 보훈청에서 문화재청으로 변경됐다. 그리고 대전시는 문화재청과의 계약을 통해 대전시립미술관이 현재 대전창작센터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영구 활용할 수 있도록 일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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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김민기 학예연구사
리모델링 당시 건물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성하지 않은 상태였다. 낡은 지붕 기와 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어와 건물 내부 곳곳의 시멘트가 떨어져나갔고, 외벽의 페인트칠도 벗겨진 부분이 많았다. 또한 건물 뒤편에는 설계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창고가 증축되어 있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원형 그대로의 복원이었다.
먼저 빗물이 새는 지붕 보수를 위해 1958년에 만들어진 기와를 찾아 나섰다. 5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똑같은 기와를 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운이 따랐다. 수소문 끝에 경상남도에서 건축 당시 쓰였던 기와를 찾아낸 것이다. 외벽의 페인트 역시 처음 색을 그대로 연출했다. 또한 1층에는 보존돼 있지만 2층에는 그 흔적만 남아있던 창문 설비도 다시 옛 모습으로 복원했다. 건물 내부의 천장, 계단 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부 전시장은 되도록 못질을 하지 않고 벽을 세워 만들었다. 대전창작센터가 아닌 근대건축 문화재로서의 가치 또한 함께 보존해나가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잃어버렸던 건물의 시간과 역사를 되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대안공간으로서 대전창작센터는 대전의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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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전창작센터 건물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유재산이기 때문에 대관전시를 할 수 없는 대전창작센터에서는 일 년에 4회 정도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실험적이고 대중적인 요소들을 전시의 주요 테마로 삼는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 활력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전시를 통해, 거리 미술관의 높은 문턱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낮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점심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주말이면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도 점점 그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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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창작센터 건물에 설치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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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창작센터 내에 전시된 조형물
“흔히 대전의 문화예술을 논할 때, 지역출신 작가들의 활동이 많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활동하는 작가들의 수가 많지 않고, 문화예술 활동의 규모는 작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지역에 흡수되지 않고 대전만의 고유한 문화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대전창작센터는 개관 초기 ‘아티스트 스터디’라는 그룹을 운영했다. 젊은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작품에 대해 논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모임으로 100명에 가까운 젊은 작가들이 이 스터디에 참여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대전창작센터는 ‘대전예술 114’라는 별칭을 얻었다. 안으로는 젊은 지역작가들의 소통 공간, 밖으로는 대전지역 작가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된 것이다.
대전은 한 때 문화예술의 불모지라 불리기도 했다. 젊은 작가들이 활동하기에는 너무나 좁은 동네였고, 그들의 활동을 뒷받침해줄 만한 인적, 물적 기반도 약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도심 활성화를 시작으로 도시문화를 새롭게 만들고자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 동안 음지에서만 활동해왔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서서히 따뜻한 햇볕 아래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그 어떤 지역보다 뚜렷한 색을 지닌 문화예술도시로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대전. 그 출발선에서 대전창작센터는 대전 문화예술을 이끌어갈 구심점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한발 한발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백옥희 구성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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