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마임이 좋아요, 현대마임연구소 최희 대표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11-25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백옥희 구성작가

커피 그리고 초콜릿
프랑스 신체연극학교와 프로전문배우학교에서 마임을 배우던 유학시절 2년 동안 최희 대표는 인생에서 가장 달콤 쌉싸름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 함께 마임을 공부하던 친구들은 대부분이 이십대였고, 최 대표는 서른을 넘긴 나이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먼 타국으로 한걸음에 달려간 최 대표는 젊은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아껴 연습에 몰두해야만 했다. 그래도 연습시간은 늘 부족했다. 낮에는 종일 수업을 들어야했고, 저녁에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을 만드는 시간도, 음식을 먹고 난 다음 설거지를 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유학초기에는 사립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생활 또한 넉넉하지 않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도 없었다. 덕분에 최 대표는 말 그대로 쌉싸름한 커피와 달콤한 초콜릿을 주식으로 생활했다.
“다행히 커피는 늘 나를 깨워주는 음료였고, 초콜릿은 저에게 에너지를 가득 채워주는 음식이었어요. 커피와 초콜릿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한 끼 식사였어요.”

우리는 모두 마임배우(?)
‘마임’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미모스(mimos)에서 유래됐다. 한마디로 '흉내'를 뜻한다. 예전에는 촌극이나 잡극 등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팬터마임은 마임의 한 종류일 뿐이다.
최희 대표가 생각하는 마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상상력이다. 무한한 상상력을 맘껏 표현해낼 수 있는 다양함과 자유로움이 최 대표가 말하는 ‘마임’ 속에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말’이라는 언어라면,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몸’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표현수단을 장착하고 있었다. 또한 살아가면서 시시때때로 그것을 본능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조금 더 전문적인 방법과 상상력을 더해 몸의 언어를 표현하게 된 것이 마임이라는 것이다.
"몸의 표현력은 굉장해요. 연극을 할 때 대사와 지문이 있잖아요. 주인공의 감정이나 심리적인 부분을 표현할 때는 열 줄의 대사보다 한 줄의 지문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어요. 손에 힘을 주거나 어깨를 늘어뜨리는 행동만으로도 관객은 배우의 마음을 함께 느끼게 되죠."
마임은 어렵지 않다. 화가 났을 때 나도 모르게 일그러지는 얼굴 표정, 애인을 향한 수줍은 윙크, 값진 승리를 얻은 뒤 터져 나오는 만세와 환호성 모두 마임에 속한다. 우리는 매순간 자신의 감정을 말보다 빠른 몸으로 먼저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방이라는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 대표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마임배우일까?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
“제스튀스는 불어로 제스처들이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제스튀스라는 작은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신체연극, 마임 활동을 했어요. 그 때 사용했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거죠.”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가 대전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09년. 마임이란 장르도 낯설었지만 현대마임연구소라니! 지역 최초의 마임 창작공간의 등장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제스튀스의 가장 큰 목표은 마임 창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다. 최희 대표는 공연을 위해 작품을 쓰고, 연출을 담당하고, 배우로 직접 무대에도 선다. 물론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은 제스튀스 회원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연극배우, 무용가, 일반 직장인, 학생 등 마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공연에도 참가할 수 있다. 자격조건이란 없다. 그저 마임을 사랑하고 마임을 알리는 데 함께 할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환영이다. 제스튀스는 마임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학원이 아니다보니 홍보는 하지 않는다. 다만 마임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이들이 곧 회원이 되는 것이다.
제스튀스가 공연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워크숍이다. 제스튀스는 마임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회원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마임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마임을 통해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노력의 일부다. 워크숍은 몸의 수축과 이완, 신체 움직임과 격리 움직임, 연극적 표현방식의 차이 등 몸을 통한 표현을 배우고 체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전문적인 방법과 기술을 익히는 자리라기보다는 마임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내면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던 자신만의 신체언어를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하나의 몸짓, 마임공동체
제스튀스 회원들은 일 년에 2회 정도 마임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말을 건넨다. 봄에는 기획공연, 가을에는 정기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일에 있어서는 깐깐하고 섬세한 최희 대표가 이끄는 공연팀은 전문연기자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만큼은 프로 못지않다. 그 덕분에 다른 지역에서 초청 공연을 부탁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욕심 같아서는 더 많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지만, 아직은 여력이 없다. 제스튀스는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운영에 대한 부담이 늘 욕심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한다.
하지만 마음만은 부자다. 마임에 대한 같은 마음을 모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 대표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 첫 번째 결과물로 최근 마임공동체 제스튀스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비록 적은 수지만 오래도록 마임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함께 해온 사람들이 모여 또 하나의 뜨거운 몸짓을 준비하고 있다.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된 마임과의 만남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과 함께 크고 작은 창작공연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힘을 모으는 시간이었고, 이제부터는 그 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임공동체 제스튀스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야외공연도 하고, 야외워크숍도 개최해서 앞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자주 가질 계획입니다.”
대전청소년마임페스티벌
한여름 더위가 물러나고 가을빛이 조금씩 거리를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대전 원도심 일대에서는 청소년마임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각 지역 마임 공연팀들의 릴레이 공연을 볼 수 있는 소규모 문화축제로 지난 10월 11일에는 ‘마임! 마음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제5회 대전청소년마임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최희 대표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다. 오로지 성적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교육환경 속에서 열다섯, 열여섯 나이의 청소년들이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최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임을 통해 마음을 열어주는 일. 하루 정도는 밖으로 나와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맘껏 발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기획하게 된 것이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전청소년마임축제다.
“청소년마임페스티벌을 힐링으로 표현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힐링 뿐만 아니라 몸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또는 몸의 언어를 공연을 통해 관람하면서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중에는 마임을 하고 싶은 친구도 있고, 마임을 하니까 음악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친구도 있지 않을까요?”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축제를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마다 관객들이 늘고 있고, 참여하는 공연팀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공연에 몰입해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으로 현장을 뜨겁게 달구는 청소년들과 시민들의 모습은 산고의 고통을 겪으면 축제를 준비한 이들에게는 벅찬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최 대표는 소박하게라도 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청소년마임페스티벌과 같은 지역 문화축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대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올해는 15팀 정도가 원도심 우리들 공원 야외무대에 올랐다. 각 지역의 공연팀을 한 곳으로 불러 모으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기에, 모든 공연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작업이지만 괜찮다. 지금은 정독보다는 다독으로 마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백옥희 구성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