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은교' 박범신 작가 대전평생학습축제 토크콘서트, 여러분 삶의 '은교'는 무엇인가요?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10-28
“대전은 참 행복하겠어요. 대전시민대학처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요."
40여 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별명을 얻은 작가 박범신. 그가 10월 28일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2013 대전평생학습축제’ 토크콘서트 무대에 섰습니다.
[28일 중구 선화동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대전평생학습축제 박범신 작가 토크콘서트]
이날 보라색 머플러로 멋을 낸 작가는 1973년 소설 ‘여름의 잔해’로 신춘문예 등단이후, ‘불의나라’, ‘외등’, ‘은교’, ‘촐라체’, ‘소금’ 등 40여 편의 소설을 집필하며 독자들과 호흡해왔는데요.
이날 박 작가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에 대해 다루고 있는 소설 ‘은교’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늙어간다는 것과 삶, 그리고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줬습니다.
늙어간다는 것
“옛날에 충남도청 근처의 어느 술집에 갔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스물 갓 넘은 젊은이들이 저를 일제히 돌아보더라고요. 그 눈빛에 기가 질려서 나온 적이 있어요. 내가 왜 그 술집에서 나왔을까 생각해봤어요. 아 나는 늙고 있구나. 늙는 자의 자의식이 시작 된 게 그 날이었죠. 굉장히 아픈 기억이기도 해요.”
늙어감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고백에 이날 50~60대의 청중들은 자신도 그런 고민을 한번쯤 했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는데요. 작가의 다음 이야기에는 ‘탁’ 무릎을 쳤습니다.
“나이 60을 넘고 굉장한 혼란이 왔어요. 늙어가는 슬픔을 어떻게 안고 가야하나. 늙어가는 나와 어떻게 마주쳐야 하나. 삶은 유한한데 죽음의 얼굴을 어떻게 응대해야 하나. 그런 문제들이 50대 후반부터 피부로 밀려왔어요. 이런 문제들로 여러 해를 고통스럽게 견뎠죠.”
은교는 인간의 근원적인 갈망을 상징하는 것
박범신 작가의 늙음에 대한 성찰이 녹아들어 탄생한 작품이 소설 ‘은교’였습니다.
작가는 여고생과 늙은 작가의 아찔한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 ‘은교’와 달리, 실제 자신이 쓴 소설 ‘은교’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은교라는 작품은 늙어가는 슬픔과 그 슬픔에 온몸을 던져서 저항하는 소설입니다. 여고생을 향한 한 노인의 엽기적인 탐욕이 주제가 아닌 거죠. 노인이 꿈꾸는 은교는 단지 젊은 여자가 아니라 진선미를 갖춘 영원성, 늙지 않는 뮤즈 같은 것이죠.”
작가는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만의 초월적인 염원과 욕망의 대상을 품고 사는데, 그게 ‘은교’라고 상징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은연중에 청중을 향해 ‘당신이 갈망하는 ‘은교’는 무엇인가‘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요.
당신이 갈망하는 ‘은교’는 무엇인가
“저는 죽기 전에 불멸의 소설 하나를 쓰고 싶습니다. 제게는 그 소설이 ‘은교’인거죠. 누구나 초월적인 세계에 대한 욕망이 있죠. 은교는 우리가 품고 있는 초월적인 욕망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큰 갈망인거죠.”
그러자 청중들은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과연 내 삶의 은교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그 은교가 ‘열렬한 사랑’일 수도, ‘등반하고 싶은 히말라야 정상’일 수도, 제2의 인생설계를 도와주는 ‘평생학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 작가는 자신의 육체는 늙더라도 늘 새로운 문장을 향해서 항해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어찌 보면 늘 쓰는 문장도 작가에게는 ‘은교’였던 거죠.
“제가 40, 50권의 소설을 섰는데도 똑같은 문장은 하나도 없어요. 작가생활은 연애죠. 나의 문장들과 늘 뜨겁게 달아오르고. 뜨겁게 이별하고. 그러고 살고 있는 중이죠. 참된 작가라면 예술가라면 언제나 늘 청년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요.”
[28일 중구 선화동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대전평생학습축제 박범신 작가 토크콘서트]
늙어간다는 것은 평생 배움을 필요로 하는 것
늙어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배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40번째 장편 소설 ‘소금’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건강 100세 시대를 맞은 오늘날 ‘끊임없는 배움’이 필요한 까닭을 말했습니다.
“젊은 자녀들이 말도 안통하고 늙어가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해요. 요즘은 60세를 건강하게 보내면 90세까지는 살아요. 여기 계신 젊은 분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나이 지긋한 어머니나 아버지를 가르칠 수 있어요. 요즘 어머니, 아버지들은 뭔가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해요. 그런면에서 평생학습기관 같은 게 중요하죠.”
작가는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방에 깨뜨렸습니다. 젊은이들도 노인에게 자신이 가진 지혜를 나눌 수 있고, 노인은 젊은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죠.
“부디 나이는 잊어버리세요. 사람 그자체가 중요하죠. 어떻게 살았고, 어떤 성격이고, 어떤 옷을 입고 있고. 어떨 때 울고 그게 중요하죠. 어떤 늙은이는 15살의 소년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아요. 삶의 소통이 반드시 나이에 따라 되는 게 아니에요.”
어찌 보면 진정한 배움은 세대 간의 벽을 넘어 소통하고 지혜를 나눌 때 마주할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28일 중구 선화동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대전평생학습축제 박범신 작가 토크콘서트]
삶에서 행복해지기
마지막으로 작가는 왜 우리는 소득 수준이 높아졌는데도 행복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에 감염된 상태에요. 나는 월급 100만 원 밖에 되지 않아도, 자식들은 30만 원되는 청바지를 사달라고 하죠. 자본주의 욕망에 자식들을 뺏긴 거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향해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할 수 없어요.”
그런 가운데 작가는 삶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말하며 죽비를 내리쳤습니다.
“사람들에게 늘 말하고 싶죠. 더 큰 아파트, 더 비싼 자동차를 살려고 인생을 살 수는 없다. 대전에서 빌딩하나 짓겠다고 살 순 없죠. 쪽팔리잖아요. 물론 잘 살아야죠. 하지만 쪽팔리게 인생을 살지 말자. 부자가 돼야 하지만, 부자하고 상관없는 꿈을 동시에 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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