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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산림박람회>히말라야의 이카로스, 산악인 박정헌 이야기
  • 담당부서 공원녹지과
  • 작성일 2013-05-28

“히말라야를 정복하고 내려오는 길에 동료가 끝 없는 얼음 함정으로 빠졌어요. 덩달아 같은 끈에 몸을 묶은 나 역시 혹한 속에서 부상을 입고 옴짝달싹 못했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생존을 향한 끈을 놓지 않았어요.”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산악인 박정헌 대장이 ‘2013 대한민국 산림박람회’를 찾아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이날 박 대장은 당시 생사를 넘나들었던 순간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줬는데요. 손가락이 잘려나간 뭉툭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당시의 절박함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27일 2013 대한민국 산림박람회장에서 특강하는 산악인 박정헌 대장
[27일 2013 대한민국 산림박람회장에서 특강하는 산악인 박정헌 대장]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또 산은 어떤 가르침을 줬던 것일까요?

히말라야 촐라체의 비극! 그리고 기적의 생환

2005년 박정헌 대장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촐라체(6,440m) 북벽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하던 중 사고를 당합니다.

당시 함께 정상에 오르고 내려오던 후배 산악인이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눈으로 덮인 협곡)에 빠지면서 서로를 연결한 끈 때문에 자신도 조난당한 것입니다. 후배 산악인이 떨어지면서 박 대장의 몸에 묶은 로프가 갑자기 조여졌고, 이로 인해 척추가 함몰되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후배 산악인 역시 추락 충격으로 두 다리가 골절됐고, 그 상태로 오로지 박 대장이 지탱하는 한 자락 끈에 의지해 수천 길 협곡 중간에 매달린 상태가 됐습니다.

"이제는 죽었구나…."

호흡마저 어려운 극심한 고통과 영하 35℃의 강추위, 눈보라 속에 홀로 있는 절대고독. 3시간 가까이 그렇게 꼼짝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장은 후배와 연결된 로프를 끊어야 할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때 크레바스에서 죽은 줄 알았던 후배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배낭에 있던 로프를 사다리로 만들어 내려 보냈고, 한참만에 후배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고난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척추가 거의 끊긴 중상을 입은 박 대장은 두 다리가 부러진 후배를 끌고 기다시피 2박 3일을 눈밭을 해쳐 내려가야 했습니다.

빈 움막에 도착한 그들은 극심한 추위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불을 피웠고, 그 잠깐의 따뜻함을 대가로 손가락과 발가락 대부분을 잃어야 했습니다.

 

27일 2013 대한민국 산림박람회장에서 특강하는 산악인 박정헌 대장
[27일 2013 대한민국 산림박람회장에서 특강하는 산악인 박정헌 대장]

 

생사를 넘나들게 했던 ‘촐라체’는 박 대장에게 큰 깨달음을 줬습니다.

“조난당했을 때 소원은 겨우 따뜻한 구들장에서 잠을 자는 것과 주전자에 담긴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었어요. 죽을지도 모를 극한의 상황에서 아주 작은 행복이 참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죠.”

손가락 없어진 자리에 ‘이카로스의 날개’가 자라다

사고 후 그는 오랫동안 좌절에 빠졌습니다. 산이 전부인 산악인이 손가락이 없어 로프를 잡지 못해 산을 오를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이 때 그는 ‘나는 왜 산을 오르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삶을 되돌아봤습니다.

히말라야를 향한 동경심이 그의 가슴속에 끓어올랐고, 손가락이 절단된 자리에 ‘이카로스의 날개’가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2011년 새로운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의 하늘 2000km를 패러글라이딩으로 탐험했습니다. 이 도전은 KBS 다큐멘터리 ‘이카로스의 꿈’으로 상영돼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했습니다.

히말라야 촐라체는 박 대장의 두 손에 상처를 남겼지만, 훗날에는 ‘희망과 도전’이라는 새살을 돋아나게 했던 것입니다.

 

27일 2013 대한민국 산림박람회장에서 특강하는 산악인 박정헌 대장
[27일 2013 대한민국 산림박람회장에서 특강하는 산악인 박정헌 대장]

 

‘산’은 내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선물하는가?

“제가 왜 죽음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는 것일까요? 히말라야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또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히말라야를 직접 체험해 그 아름다움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줘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산에 오릅니다.”

박 대장에게 산은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산은 박 대장에게 ‘정상에 올랐다고 자만하지 말고 겸허해지라’는 깨달음을 줍니다. 박 대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다음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산 정상에 섰을 때 너머의 또 다른 산과 마주하게 됩니다.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정상은 새로운 삶과 도전을 향한 출발점입니다.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의 산이 솟아 있습니다. 여러분 역시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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