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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백년의 시장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09-13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명창현 방송작가>

사람들은 시장엘 간다고 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시장에 가면 활력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한없이 삶이 무료할 때, 세상이 이리 각박한가 싶을 때도 괜히 시장엘 간다고 했다.

“됐어~ 삼천원만 받고 얼른 그거 이리 줘. 응? ”
“허허, 이렇게 팔면 밑지는데~.”

적어도 살림 내공 수십년의 고수 아주머니들이나 성공할 수 있는 비법(?)이지만, 때때로 사는 사람이 물건 값을 정하는 이상한 흥정, 그러면서도 웃음소리가 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시장엘 간다고 했다.

시장보다는 마트에서 장을 본 지 오래인 나에게도, 시장 골목의 추억은 있다.

왁스를 바른 듯 윤기 반드르르한 총천연색 과일가게, 죽은척 하다(?) 갑자기 째깍째깍 몸을 움직여 움찔 놀랐던 생선가게 앞은 늘 물이 흥건했었다. 떡집 앞을 지날 때면 더운 김의 열기가 온몸에 훅 끼쳐왔고 동그란 구멍에서 가래떡이 쉼없이 뽑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꼭 똥싸는 거 같다~” 며 키득대던 어린 나의 웃음소리도 들려온다. 떡집을 돌아 솔솔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면 어김없이 기름집이고 두부집의 몽글몽글 하얀 두부가 손에 잡힐 듯 떠오른다. 그러나 거기, 언제, 무얼 사러 누구와 갔는지는…, 너무 흔한 일상이어서 그런 건지, 불량한 기억력 때문인지 선명치 않다. 다만, 시장통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만화경처럼 휙휙 다르게 바뀌었던 그림만은 선명히 떠오른다. 시각 뿐만 아니라 시장 골목마다 가게마다 고유한 그 냄새와 소리, 촉감까지 더해진 시장의 추억은 한편의 4D 영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왜 나는, 은근히 시장을 추억 속의 그대쯤으로 돌려세우는 걸까.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았는데 안타깝게 잊혀지는 유물 취급인가. 대흥동에서 볼일을 마치고 으능정이 거리를 지나 슬슬 목척교를 건너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거기, 백년의 시장이 있다.

 

중앙시장

 

대전역과 대전천 사이에 위치한 대전 중앙시장, 길가에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도 그것이 백년이 되었다면 혼이라도 깃든 듯 함부로 대해지지 않는다. 하물며 백년 역사의 시장엔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중앙시장의 역사는 대전역 철도의 역사와 같은 맥을 이룬다. 1900년대 초반, 철도가 깔리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정착하며 자연스레 역 주변에 형성된 것, 한강 이남에서 중부권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앙종합시장, 중앙상가시장, 자유도매시장, 신중앙시장 등 여러개의 단위시장으로, 또 건어물, 생선, 공구, 한복, 먹자골목 등 구획이 나뉘어져 있다. 느릿느릿 여유롭게 이곳을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만큼 시장이 크고 넓다.

 

중앙시장

 

특별히 어떤 장면을 찍어야 겠다는 기준은 없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런게 시장풍경이지~’ 하는 마음속 무의식은 있었을 것. 첫 번째로 찍힌 사진을 보니 활짝 웃고 있는 돼지머리였다. 마트 정육코너나 상가 정육점에선 보기 어려워진 돼지머리, 이곳은 지나치는 정육점마다 웬만하면 돼지머리가 있었다.

‘조발’이라는 말이 생소해 찾아보니 ‘머리카락을 옆머리는 귓불에 닿는 길이, 뒷머리는 와이셔츠 깃에 닿는 길이로 자르는 것’ 이라 한다. 찾아보지 않았다면 조조영화나 미용실의 모닝펌처럼 오전 시간에 이발 값을 할인해주는 것으로 철석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이발값 또한 광고대로 ‘착하다’.

 

중앙시장 풍경

 

샤라락- 불꽃 튀는 소리에 돌아보니 아저씨가 낫을 갈고 계셨다. 다른 사진은 멀리서 몰래(?) 찍었는데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죄송하지만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그러슈.”

한마디와 함께, 아저씨는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포즈를 취해주지도 않은채 계속 낫 가는데 집중하신다. 다른 곳들도 비슷해서 왜 찍느냐, 뭣에 쓰려 찍느냐, 찍지 마라, 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짐작컨대 많이들 ‘찍혀’ 보셨던 듯 하다. 사진 인심 또한 시장은 후하고 자연스럽다.

 

국제시장

 

국제시장은 소위 ‘미제’ ‘일제’ 가 귀하디 귀한 최고급이던 시절의 흔적이다. 물 건너 온 것이라면 중고나 구제품도 불티났다고 하나 지금은 석양의 지는 해처럼 북적임 없이 고즈넉한 분위기다. 그렇게 시장은 변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변화하면서 백년을 살아왔다.

 

중앙시장 풍경

 

변화의 시작은 아무래도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사라질 수는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눈과 비, 바람과 햇빛을 막는 지붕 공사는 지금도 시장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규격화된 컨테이너 박스, 주차장 시설도 대대적으로 갖추고 있다.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각 점포안내, 분실물 신고센터 등이 담긴 홈페이지 등, 재래시장의 현대화 바람은 비단 우리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다. 대형마트와의 경쟁 혹은 공존 방안은 이미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시장이 사라진다면….

누군가 ‘시장 체험장’ 을 만들겠지. 시장입구에선 입장료를 받을 것이고 시장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한 ‘시장보기 체험’ 코너도 만들것이다. 혹 ‘물건값 흥정하기’ ‘덤으로 더 주기’ 등의 인심체험 항목도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상상하니 허전하고 씁쓸하다.

일 사러도 가고, 생선 사러도 가고, 순대와 막걸리 생각이 날 때도 시장에 가자. 물론, 마트에 가는 날이 더 많고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밖에 없는 바쁜 나날의 연속이지만, 가끔은 시장에도 가자. 그래야 힘들고 지칠때, 사람냄새 그리울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시장엘 가지. 시장이 없으면 시장에 갈 수 없다.

 

이츠대전TV 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명창현 방송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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