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버려지고 죽어있던 자투리 공간의 부활 - '민들레 도시’의 대표 이일섭 씨와의 인터뷰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07-12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국은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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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인 양 건물 밖으로 계량기들이 난삽하게 붙어 있던 상가 건물 벽면이 알록달록 색깔 옷을 입고 저마다 다른 얼굴과 표정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반긴다. 그리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던 녹슬고 낡은 배관의 꽈배기 굴곡에는 절묘하게 인어 아가씨가 꼬리를 접고 요염한 자세로 앉아있다. 인도 쪽으로 폐수가 배출되어 생겨난 이끼 돋은 자리는 깜짝 놀란 여인의 벌어진 입으로 변신했다. 뭉크의 ‘절규’가 아니라 하수구의 ‘절규’다. 그것이 애초에 무슨 용도였는지 단번에 알아채려면 보통의 눈썰미가 아니라면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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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흥동에 버려지고 죽어있던 자투리 공간에 살아있는 표정을 그려 넣은 이들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뙤약볕이 쏟아져 내리는 대흥동 거리로 나섰다. 문을 연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 신생 문화공간 ‘Parking’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목공예가 이일섭 씨를 만났다. (그는 화가 박석신 씨와 함께 ‘Parking’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원도심 활성화 시민 공모사업 ‘익사이팅 대전 2013’에 채택되어 진행된 사업이라는 것을 먼저 알려 주었다. 이일섭 씨는 미대에 재학 중인 학생 4명(이은지, 김영랑, 권민경, 정다혜)과 함께 작업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이 프로그램의 진짜 주역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진행할 때 거리를 지나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참여해준 시민들이 바로 그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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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프로그램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도시의 어느 구석,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 사이로 노랗게 얼굴을 내민 민들레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 아주 잠시라도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은가. ‘민들레 도시’는 말 그대로 각박한 도시 속에서 소박한 민들레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꾸려진 공간 재생을 위한 프로젝트 모임이다.
오래 전부터 구상해오던 일인데 ‘익사이팅’ 지원을 받아 올해 처음 시도했다. 벽면의 전체를 활용하는 기존의 벽화는 획일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우리는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해치는 죽은 공간이나 녹슬고 쓰레기가 쌓인 흉물스러운 공간을 선택했다. 예술에서는 그것을 ‘승화’라고 이야기 하는데, 낡고 지저분한 것들이 우리의 대상물이었다. 작품이 완성 된 이후에도 그 전처럼 쓰레기가 쌓이는 일은 드물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힘이다.
일부 상가들을 제외하고 대흥동의 주택들은 대체로 노인 세대가 많아서 낙후가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노인들은 집을 새로 짓는다든가 새롭게 단장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낙후된 주택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구도심은 회색적이고 단조롭다. 이렇게 어두워지는 공간을 밝게 바꾸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아주 드물게 상점의 주인들이 반대를 하는 경우도 만났다. 하지만,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 본 몇몇 사람들은 자기들도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좋은 일 한다며 음료수부터 직접 만든 음식을 가지고 나와 격려해주는 상가 분들이 있어서 힘든 작업 가운데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다 하고 하면 더 없이 뿌듯했다, 칙칙하던 공간에 표정이 생기니까.
- 주안점을 둔 것이 있다면?
우리의 작업은 예술가들만의 작업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더불어 완성시켜 나가는 데 초점을 두었다.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는 아주머니에게 참여를 권하거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참여를 했던 시민들은 당연히 자신의 정성이 더해진 이 거리와 공간에 대한 애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죽은 공간에 대한 부활은 시민의 참여를 통해 공간에 대한 의미를 소통할 때 더욱 높아진다. 시민들 모두가 이 거리의 주인이 아닌가!
- 직접 참여한 분들의 소감도 궁금하다. 참여를 망설이진 않았는지?
처음 붓을 쥐어주면 망칠까봐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다시 색을 입혀서 수정할 수 있으니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권했다. 망설이다가 막상 붓질이 시작되면 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바뀐다. 방금 전까지 흉물이었던 공간이 알록달록 다양한 색감과 표정을 찾아가면서 특히 아이들이나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참여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밝을수록 우리도 보람되더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사에 공감을 많이 표하고 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재밌어 하고, 함께 할 수 있으니까 좋았다.
- 완성한 작품이 모두 몇 개인가? 이번 행사가 단발성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완성된 작품은 모두 8개이다. 대흥동에 찾아올 기회가 있다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이 그림들을 찾아보면 재미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끝났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내년에도 진행할 생각이다. 대흥동만이 아니라 낙후된 어느 지역을 정해서 구건물의 표정을 살려내는 조금 더 큰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인가?
기성 작가들이 전시를 하면 일반 시민들은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어떤 동기로 작업을 하는지 어떤 생각과 느낌을 담으려고 했는지 작가와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같이 대화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려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예술인들과 접하는 기회가 늘어날수록 향유계층이 늘어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예술가와 일반 시민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화려하거나 고급스럽게 하면 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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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와 관련한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대흥동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와 정보, 의견들을 들려주었다.
그가 들려준 대흥동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대흥동에는 젊은 층의 사람들이 많지만, 기성세대도 30% 정도 되는 거 같다. 구도심이 상업적인 공간으로만 활성화 되다가 둔산동과 상권을 나눠가지면서 적지 않은 사업장이 침체 되면서 오히려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앞으로 이 예술가들의 역량이 발휘되어 도시를 더욱 재미있고 활기차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 ‘내집’ 식당 거리에 대전시와의 협의 하에 상설 포켓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로가 단조로운 일직선이 아니라 S자로 굴곡을 넣어 인사동보다 더 재미있게 구성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 자리에 유료 주차장 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안으로 공사가 마무리 될 것이다. 누구나 공연하기 쉽고 언제 어느 때든지 오면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대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로 그 ‘문화의 거리’가 조성이 되면 보다 많은 젊은 사람들과 기성세대가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만나 교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은행동 ‘문화의 거리’는 사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보다는 ‘유흥’ 위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골목으로 재탄생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이제 대흥동에 나오면 먹거리는 물론이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대전 시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 대전을 찾은 사람들에게도 ‘대흥동에 가면 재미있는 놀거리가 있다’고 떠올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대흥동에는 다른 곳에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활력이 있다. ‘나도 무언가를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은근한 기대감이 솟아나게 하는 곳이다.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고 다른 곳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상상들이 오고간다. 가능성들이 늘 살아 꿈틀거리는 곳이다. 앞으로도 대흥동에서 무언가 많은 것들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서로 정보도 교환하면서 지금보다 더 즐거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곳!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져 낡고 낙후되었다는 이미지를 훌훌 벗어던지고 자타공인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는 데 있어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국은정 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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