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시장에 예술을 입히다'- 중앙시장 서울횟집 이재우 씨(재래시장미술가협회장)와의 만남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06-21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신희경 방송작가>
'시장에 예술을 입히다'
중앙시장 횟집골목, 서울횟집 시장 이재우 씨(재래시장미술가협회장)와의 만남
대전지역방송국에서 방송작가로 있으면서 다양한 TV프로그램들을 제작하다 보면 유난히 전통 재래시장의 맛과 멋, 추억 이야기들을 많이 등장시키곤 한다.
수십 년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킨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만드는 풍경, 바라보기만 해도 군침이 꼴깍하고 넘어가는 무수한 시장통 먹을거리들, 무엇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이야기들까지.
재래시장은 늘 한결 같으면서도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넘쳐나기에 시청자들을 눈과 귀를 사로잡는 TV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아이템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전통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역시 이곳을 찾는 대전 시민들에게도, 구성작가인 나에게도 많은 것을 베풀어 주는 곳이다. 현대식에 맞춰 정돈된 말끔한 모양새 속에서도 여전히 없는 게 없고,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 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대전 중앙시장엔 특히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골목들이 짝을 이룬 채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복거리, 순대골목 등 대전 시민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맞춤형 골목들도 많지만, 대형마트에 밀려 퇴색된 재래시장과 함께 한때 전성기를 이뤘던, 그리고 잠시 잊혀 진 골목도 아직 남아 있다.
대전 중앙시장, 횟집골목을 아시나요?
시장에 예술을 불어넣는 서울횟집 사장 이재우 씨와의 만남

대전시 동구 원동 대전로 779번길, 일명 ‘횟집골목’이라 불리는 곳이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들어 현대식 건물로 재탄생한 다른 여타 골목들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좁다란 골목 속 풍경은 마치 수십 년 전 옛 모습에서 시간이 멈춘 듯하다.
중앙시장 ‘횟집골목’을 다시 찾아가게 된 것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간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물론 오래된 골목 속 기억은 매우 흐릿하다.
아주 어릴 적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자주 드나들곤 했던 횟집골목. 이제 횟집골목의 터주 대감이 된 이곳 분들에게 감히 아는 체를 해봤다.
“저도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서 와 봤던 것 같아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같은 곳에 올라가서 회를 먹곤 했던 것 같은데요?”
“여기는 아주 잘 나가던(?) 사람만 올 수 있었는데 아버님이 꽤 잘 나가셨나 봐요.(웃음)”
농담 섞인 웃음에서 슬며시 반가움이 묻어났다.

10여 개가 넘던 횟집골목엔 이제 세 개의 횟집만이 남아 있다. 서울횟집은 횟집골목에 남아 있는 세 개의 식당 중에 가장 오래 된 횟집이 됐다.
1980년대를 주름잡다, 횟집골목 전성시대
서울횟집 대표인 이재우 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것도 잠시, 앉기 무섭게 그는 곧 나에게 횟집골목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1905년 1월,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사람들은 대전역 주변에 정착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워나간 곳이 바로 대전의 중앙시장이다. 의류제조업과 도, 소매업 등으로 정착해 중부권 최고의 재래시장으로 성장하기까지…. 중앙시장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했다.

[중앙시장 생선골목 옛 사진(동구청 제공) ]
1984년, 대전에서 처음으로 횟집이 생겨났고, 당시엔 산낙지, 활어회를 먹겠다고 찾아오는 인파로 늘 북적였다고 한다.
“횟집골목이 예전엔 얼마나 대단했나요?”
“아나고(붕장어)를 판 곳이 아마 대전에서 여기가 처음일 거예요.”
“그만큼 전엔 이곳에 횟집이 상당히 많았죠?”
“10여 개가 넘게 있었어요. 저도 처음 하던 사람들보단 5년 정도 늦게 들어왔는데, 이젠 저희 집이 여기서 가장 오래 된 횟집이 됐어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서울횟집 이재우 사장의 표정에선 진지하면서도, 때론 지나간 추억에 대한 아련함과 행복함이 공존하는 듯했다. 꼭 마치 어린 아이처럼 들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대전에서 낳고 자라 토박이라는 이재우 씨에게 중앙시장은 어린 시절에 뛰놀던 놀이터이자, 이제는 평생 함께 할 삶의 터전이 됐다. 하지만 그가 늘 추억에만 젖어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변신을 시도한 작은 골목. 갤러리가 아닌 폭 2m, 길이 50여 m의 비좁은 시장 안 횟집골목 여기저기에 작품이 새겨져 있다. 식당 유리창부터 벽, 간판 주변 자투리 공간까지 골목 모두가 캔버스다.
5년째 이어 온 시장 미술제
“사람들에게 이곳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좁다란 횟집 골목마다 그려져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다시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함을 엿볼 수 있는데. 남아 있는 횟집 중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라는 서울횟집. 이재우 씨는 이 서울횟집을 운영하면서도, 이름 뒤엔 재래시장미술가협회장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뒤따른다.
학창시절 서양미술을 전공했지만, 1988년 결혼 후 그야말로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고향에 터를 잡아 꾸려나간 것이 횟집이었다. 당시 사람들로 붐볐던 횟집골목 덕에 서울횟집 역시 넉넉한 생활을 이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생계 때문에 회를 썰어야 하는 이재우 씨에게 미술은 놓을 수 없는 끈이었다. 그때부터 이재우 씨는 가장 익숙한 곳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사실 처음에 시장과 미술을 함께 이야기해보자라는 발상은 꽤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어릴 적, 시장 인근엔 영화관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덕분에 영화광이 된 그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수많은 영화관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여전히 지키고 있는 이 골목 안에 영화 상영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골목 안에서 영화를 상영할 생각을 하셨어요?”
“어차피 이 골목은 한낮에도 어둡잖아요. 영화를 보기엔 안성맞춤이었죠.”
주변 친구들을 동원해 시작한 골목 영화제, 그리고 뒤이어 미술전공을 한 그에게 미술을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는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덕분에 시장과 미술을 접목시킨 현장미술을 기획해 한 단계 발전하게 됐다. 작은 의견을 통해 그 당시 ‘시장 미술제’라는 명칭이 이재우 씨를 통해 처음 쓰이게 된 것이다.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횟집을 운영하면서 벌써 5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전통시장 미술제. 이재우 씨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특별한 지원이 없는 등 경제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을 때가 더 많기에 시장 미술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늘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시장 미술제를 계속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혼자만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 작가들이 함께 동참해주지 않았다면 못했을 거예요. 친분으로 술 한 잔 사는 걸로 때우기도 하고, 무보수로 일한 분들도 많아요.”

생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설치물, 벽화, 회화작품 40여 점이 선보여졌고, 지금까지도 횟집골목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 해 10월 개최한 <시장보고 미술보고 어물展>은 이재우 씨를 비롯해 지역작가 20여 명이 힘을 보탰다. 잊혀 져 가는 추억의 골목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주제는 물고기를 소재로 한 <시장보고 미술보고 어물展>이었다.
전시를 하는 동안에는 각종 언론 보도 등이 연일 이어졌고, 방송을 통해 다른 타 지역에서 이 횟집골목 미술제를 보고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직접 찾아오기도 했단다. 하지만 큰 관심은 아주 잠시 뿐이었다. 장을 보러 사람들에게 깊숙이 자리한 횟집골목의 작품들은 여간해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잊혀졌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왜 그는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는데 사서 고생을 할까?
“어릴 때 크게만 느껴졌던 어머님이 어느 순간 작아진 것을 느꼈어요.
재래시장도 똑같았죠. 그렇게 크던 시장이 어느 순간 작아졌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늘 이곳에서 자라 온 터라 시장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에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차 작아지는 재래시장을 보면서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이 아직 살아 있음을 다시 알리고 싶어졌다.

‘서울횟집’이란 식당 이름도 어머님 고향이 서울이기 때문이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식당 간판도 다시 들어보니 저마다의 추억이 서려 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내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는 이제 미술제 같은 건 더 이상 하기 힘들다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진저리를 치는 이재우 씨.
하지만 이어지는 말 속엔 여전히 다음 미술제에 대한 생각들로 그득 차 있었다. 여전히 시장과 미술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 런지.

이곳엔 미술가들의 작품들만 전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아이들을 위해 골목 한쪽에 이렇게 조그만 벽을 내 준 건 이재우 씨의 작은 배려다.
음식은 이야깃거리다
이재수 씨는 이 지역의 미술가들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고 했다.
“음식엔 이야기꺼리가 있어요.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 음식 속에, 또 음식을 만드는 공간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잖아요.”
중앙시장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식당들을 선정해 <미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란 주제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는 준비 단계에 있고, 8월 16일이면 중앙시장을 찾는 대전 시민들 모두가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다음 프로젝트를 함께 할 이들이 찾아왔다. 중앙시장 곳곳에 오래된 식당을 찾아가 음식과 사연을 취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잠시도 쉴 틈 없이 시장과 미술의 즐거움을 찾고 있는 모습인데. 이재우 씨에게 횟집골목은 어떤 의미일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놀이터, 그리고 이 좁다란 놀이터 안에서 이젠 작품을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횟집 골목 안에 새겨 넣은 작품들을 다시 돌아보니 새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그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듯하다.
재래시장을 잊지 말라고, 또 지난 시절 추억으로 넘쳐 났던 횟집골목을 기억해 달라고.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신희경 방송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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