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삼성동 인쇄골목에서 도서출판 ‘심지’의 대표 윤영진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06-14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김병호 시인>
삼성동 출판인쇄단지는 한밭식당부터 한밭중학교까지 이어진 길을 중심으로 유등천의 동쪽에 형성되어 있다. 초여름의 뙤약볕이 아기자기한 이야기처럼 엮여있는 옛 골목을 달구고 있는 삼성동은 평일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출판인쇄업계가 원래 여름이 비수기이기도한데다가 요즘 경기도 영향이 크죠.”
윤영진 씨는 삼성동에 들어와 출판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지가 벌써 20년이 다 되었다고 흠칫 뒤를 돌아본다. 젊은 날 삼성동에 디딘 첫발은 작은 디자인 회사였지만 회사가 기울자 독립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 무렵 한 사람을 만나 결혼에 이른다(이 사람은 뒤에 다시 등장한다). 그래서 더욱 생활은 절박했고, 뜻대로 된다면 세상이 아니다. 결국 삼성동의 한 출판사에서 디자인과 영업을 맡아 10여 년 직장생활을 한다.

“이 계통 자체가 원래 소규모, 소자본으로 하는 시스템입니다. 2~3명? 큰 곳이 5~6명이 일했으니까요. 거기에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했죠. 더욱 디자인은 경기가 나쁘다 싶으면 거의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그때에는 여기 골목 안이 북적북적했어요.”
인쇄와 출판 일도 거의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행해질 때였다. 제판이나 제책을 하는 기계가 지금처럼 자동화되지도 않았고 대부분 낡은 것들이어서 기계 한 대에 여러 사람이 붙어서 일하는, 말 그대로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반대로 지금은 기계도 좋아지고 컴퓨터로 대부분의 일을 진행하기에 생산성이 좋아졌을 것 같은데 왜 인쇄골목은 예전 같지 않을까?

“매체가 많이 바뀌었죠.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가 형성되다보니까 종이책은 그 용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정보를 얻는데 종이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잖아요? 거기에 출판의 유형도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가짓수의 책으로 많은 부수를 찍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적은 부수로 만들어야하니까 아무래도 더 힘들어요.”
원인은 그뿐 아니다. 이 분야의 일이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까 인력이 빠지면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력 수급이 안 되는 것이다. 임금도 원래 적은 직종이기도 하다.

“지금은 7시 이후에 사람들이 퇴근하고 나면 적막합니다. 사람은 없고 그만큼 더 어두워요. 예전에는 여기서 디자인 회사나 출판사를 차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어요. 국문과를 졸업해서 이쪽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많았고, 이제 사람 자체가 너무 줄었습니다.”

그래도 그때에는 일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디자인만 해도 직접 손으로 했으니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남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제판이든 제책이든 그 사람이 아니면 못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만 익히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고 자동기계가 알아서 하는 분위기이다.
“장단점이 있기는 하죠. 지금은 누구나 하다보니까 독특한 것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8년 전, 윤영진 씨는 심지 출판사를 문을 연다.
“당시 대전에는 몇 개의 출판사들이 나름대로의 영역을 가지고 있었죠. ‘문경출판사’는 대학교재를 중심으로 시장을 가지고 있었고 ‘오늘의문학사’와 ‘시도출판사’는 문학 방면에, 그리고 몇 더 있는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요. 하여간 지금은 출판에 지역적 경계가 없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시장이 그렇지만 출판도 수도권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역의 경계가 흐려진다고 생각한 윤영진 씨는 과감하게 좋은 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물론 아직도 자본의 문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으로 건재하고 글 쓰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었음은 물론인데다 수도권으로 편중되어 있죠. 하여간 좋은 책을 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가장 집중한 것이 디자인과 편집이었다.
“오래 일하다보니 문제가 보였죠. 특히 지역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이 교정하고 유통이었어요. 유통이 열악하니까 작가들이 서울로 가고 또 좋은 교정과 교열이 없이는 좋은 책을 만들 수 없었죠. 그걸 맞추는 출판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디자인에 관한 개념이 없이 그냥 출판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기만 했다. 그러나 윤영진 씨는 오랜 시간 디자인 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고 했다. 그래서 심지의 문을 열면서 편집부장과 일을 나눠 각 분야에 철두철미하게 대응했다.

“편집위원이 있었고 편집부장이 작가를 섭외했어요. 그리고 작가 편에서 일을 진행했죠. 저는 디자인과 출판을 맡았어요. 그렇게 상호보완하면서 기획출판에 힘을 실었습니다.”
제본방식이나 인쇄방식도 바꾸고 좋은 작가를 찾는 시도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책의 질을 중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심지출판사의 대표적인 기획서인 애지시선이다.
“그래도 지역에서는 우리 심지가 많이 알려졌죠? 아직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보람도 있고 꾸준합니다.”
사실 심지출판사에서 만드는 애지시선은 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대전충남의 유일한 기획시선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애지시선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를 롤모델로 삼아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시인선을 기획하고 출범하고 있다. 관심을 가질 부분은 새로 출발하는 시선들이 심지의 첫출발처럼 편집과 디자인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저로서는 보람 있는 일이지요. 사실 처음 책을 내놓았을 때 그냥 만드는 시집이 아니라 교정이나 디자인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보여주니까 많이들 놀란 것 같이요. 혹 우리 책이 새로운 시도의 시발점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영광스러운 일이구요. 다만 많은 분들이 투고해 주시는데 충분히 지면을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돈 안 되는 문학 시장에, 그것도 지역에서 출발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모하다는 지적을 받을만한 일이지만 그는 아직도 지역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더 좋은 시집을 더 만드는 것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출판사에서 시집을 낸 작가들이 좋은 상 받을 때 제일 기쁩니다. 그럴 때 하던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다집니다. 좀 더 좋은 책을 내야지요. 새로운 목표라면 바로 이런 겁니다. 그래서 시집의 시스템을 다시 새로 만들어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 8년 만들다보니까 조금은 타성에 젖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금 애지시선은 49번 째 시집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100번째 책이 궁금해졌다. 그러자,
“책을 많이 내는 것보다 좋은 걸 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같이 웃어야 했다.

삼성동 출판인쇄단지에는 뜨거운 화두가 떠돈 지 오래되었다. 바로 출판단지의 이전 문제이다. 이전 시장의 재임시절부터 삼성동 일대에 퍼져있는 출판과 인쇄업체들을 송강동에 위치한 첨단단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 문제는 윤영진 씨에게도 목전에 걸린 큰 문제였다.
“아직 가시적 움직임은 없습니다. 물론 새로운 곳으로 전체 시스템을 옮겨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은데요?”
이야기는 이렇다. 삼성동에서 밥벌이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소규모의 자영업자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큰돈을 들여 건물을 짓거나 세를 얻어 도심과 먼 거리로 떨어져 있는 곳으로 옮겨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현실에 대한 얘기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이곳 삼성동을 체계적으로 잘 개발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섹터별로 정리를 해나가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인구도 빠져나가지 않고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데요?”
진정한 활성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만한 역질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냐고.
“우리 편집부장님이 고생이 많죠?”
그 편집부장님은 함께 청춘을 불태우고 있는 윤영진 씨의 부인이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시인이다. 모르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김병호 시인('과학인문학', '포이톨로기' 저자)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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