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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는 맛나는 사연이 있다
  • 담당부서 공보관실
  • 작성일 2013-05-10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송성영 작가>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는 맛 나는 사연이 있다.

가난한 시절,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없는 한 두 가지의 특별한 음식에 대한 맛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닭튀김을 처음 접했던 유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40여 년이나 지난 세월의 맛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냐구요? 거기에는 고소한 닭튀김 맛과 더불어 그 어떤 사연이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40여 년 전,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이었을 것입니다. 누런 콧물 찔찔 흘리고 다니던 재마루(대전시 중구 옥계동) 촌놈이 징검다리 건너 산내 버스길, 흙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 따라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난생 처음 닭튀김을 맛보았던 것입니다. 어쩌다 명절 때나 제사상 위에 놓여진 백숙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습니다. 그 어린 촌놈이 어떻게 혼자서 중앙시장을 찾았냐구요? 촌놈이 그럴 용기는 둘째 치고 어디 튀김 닭 사 먹을 돈이라도 있었겠습니까? 북적거리는 시장 통에서 어리버리한 셋째 아들놈 잃어버릴까봐 꼭 잡은 엄니의 손에 이끌려 찾아 간 것이지요.

 

평생 농사를 지어오다가 농토가 신작로로 변하자 농기구 대신 술잔을 들어 세월을 보내시다가 환갑을 넘기자마자 세상 떠난 아버지. 어린 시절 엄니는 하루라도 쉬지 않고 온갖 일을 하셨습니다. 내가 태어날 무렵에는 두부 목판을 머리에 이고 대전 가마니 시장으로 나섰고, 생활 형편이 나아지면서 구멍가게를 꾸려 7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랴 중앙시장을 당신 집 드나들듯 했습니다.

그 많은 자식들을 어떻게 입히고 먹여 살렸을까? 명절 때가 되면 엄니의 머리에는 엄니의 체구보다 더 커 보이는 짐 보따리가 얹혀 있었습니다. 자식들을 위한 신발이며 옷가지들이었습니다. 엄니가 어린 나를 형제들 몰래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 자리한 튀김 닭 집으로 이끌고 간 그날은 아마 명절을 앞둔 어느 날이었을 것입니다.

오십 중반이 다 된 나는 40년 전 그 튀김 집을 찾기 위해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찾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이후 처음 찾는 먹자골목이 아니었습니다. 먹자골목에 들어서자 뒤늦게 대학문을 두드린 나이 많은 대학생이 되어 주머니에 용돈이 생기며 먹자골목에서 비틀거렸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무지막지하게 곤봉을 휘둘려 대던 백골단과 매캐한 최루가스를 뿜어대며 쥐약 먹은 미친개처럼 골목골목을 휘저어 대던 지랄탄에 쫓겨 눈물 콧물 쏟아 내고나서 찾기도 했던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 특히 길거리 순대 집에서 순대 한 접시 시켜놓고 친구 후배들과 함께 진창 눌러 앉아 소주로 배 채워가며 갈아엎어야 할 시국을 향해 분노의 술잔을 들기도 했습니다.

젊은 혈기에 취해 비틀거리며 늦은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그 시절의 먹자골목. 여전하게 늘어서 있는 길거리 순대 집이 그렇듯이 2013년 봄, 먹자골목의 모습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는 것을 금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먹거리 즐비한 골목골목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줄줄이 늘어서 있던 튀김 닭 집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엄니 손에 이끌려 찾아 갔을 때는 아래층 손님을 다 수용할 수 없어 비좁은 이층 다락방으로 올라가야 할 정도로 튀김 닭 집은 사람들로 넘쳐 났습니다. 대전의 튀김 닭 집의 역사가 얼마나 됐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그 무렵 한창 인기를 끌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이야 동네방네 온갖 종류의 양념 치킨 집들로 넘쳐 나고 있지만 그 시절의 튀김 닭 집은 아마 중앙시장 먹자골목이 전부였을 것입니다.

함경도 강원도 전라도 등 각 지방 이름을 따 간판을 내걸어 놓은 먹자골목에서 두 군데의 튀김 닭 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영업을 시작한지 몇 년이 채 안된 튀김 집과 ‘서울 치킨’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오래된 튀김 닭 집이 있었습니다.

“본래는 서울 집, 서울 닭집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치킨이라고 하잖아요. 우리도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치킨집으로 바꿨지요.”

옛 방식 그대로 커다란 가마솥 뚜껑에서 펄펄 끊는 기름에 닭을 튀기고 있는 한 봉휘씨. 그의 고향이 서울이라서 서울치킨이라 이름 지었답니다. 얼핏 보기에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주인장의 나이가 70세라 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30년 동안 튀김 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봉휘 씨(70세)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30년 동안 튀김 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봉휘 씨(70세)]

“지금은 가스불을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다들 연탄불로 기름을 끊여 튀겼지요.”

“연탄불로 서서히 튀겼던 예전의 그 튀김 닭이 더 맛있었겠네요. 제가 어렸을 때 그 튀김 닭을 먹었었던 것 같은데.”

“아니지요. 열이 약하면 잘 튀겨지지 않습니다. 그 만큼 맛이 덜하죠. 그때는 먹을 게 귀해서 다 맛있었으니까요.”

예전에 사용하던 튀김용 기름도 다릅니다. 예전에는 흔히 쇼팅이라 불리웠던 돼지비계 기름과 같은 값싼 동물성 기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보다 훨씬 가격이 비싼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도계가 따로 없다. 노릇노릇한 튀김의 색깔과 수분이 빠진 튀김의 무게로 가늠한다.

온도계가 따로 없다. 노릇노릇한 튀김의 색깔과 수분이 빠진 튀김의 무게로 가늠한다.
[온도계가 따로 없다. 노릇노릇한 튀김의 색깔과 수분이 빠진 튀김의 무게로 가늠한다.]

“예전에는 닭을 직접 잡아 튀겼는데 지금은 조류독감 때문에 도계장에서 검열을 거친 닭들만을 취급합니다.”

지금은 공장에서 물건들을 대량 생산하듯 흔하디흔한 것이 닭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아무런 검열을 거치지 않았어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 먹고 죽었다는 소리는 못 들었습니다. 어쨌든 먹거리들이 넘쳐 난다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만은 아닌 듯합니다.

표 나게 서울 말씨를 쓰는 안주인은 단골손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서울치킨집

“방송에도 나갔었는데 방송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입으로 손님들 입맛으로 소문이 나는 게 중요합니다. 손님이 손님을 불러들여야 합니다. 내가 잔소리 쳐도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냄새가 나는 손님, 손님 대접 받으려면 비싼 집으로 가라 합니다. 돈 몇 푼 있다고 거드름 피우는, 인간답지 않은 손님은 필요 없습니다. 먹을 가치도 없습니다. 그런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 우리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손님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밥 먹여 줍니다. 재래시장은 뜨내기 손님 보다는 단골손님이 많아야 합니다. 단골손님 없으면 굶어 죽습니다.”

서울 치킨 집에도 이층으로 오르는 비좁은 계단이 있었습니다. 비좁은 계단을 타고 오른 다락 손님방에는 대엿 개의 테이블이 보입니다. 40여 년 전, 엄니의 손에 이끌려 튀김 닭은 먹었던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습니다.

“예전에 먹자골목 튀김 집들이 한창 성행할 때 10곳 가까이 있습니다. 아래 위층에서 영업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지요. 우리가 서울 닭 집으로 자리 잡기 이 전에도 튀김 닭 집을 했었던 곳이니까, 선생이 찾고 있는 어린 시절 그 곳이었을 수도 있지요.”

먹자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이층까지 사용하던 튀김 닭 집이 다 사라지고 밤이 되면 서울치킨 한곳에서만 불이 켜진다고 합니다. 밤이 되면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튀김 닭을 먹고 가는 사람들 보다는 미리 주문을 해놓고 직접 찾아가는 단골손님들이 많다고 합니다.


서울치킨집은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이 예약 주문해놓고 직접 찾아간다.
[서울치킨집은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이 예약 주문해놓고 직접 찾아간다.]

한 낮이라 손님이 없는 텅 빈 다락방에 우두커니 서서 튀김 닭 반 마리를 시켜놓고 허겁지겁 먹어대던 어린 나를 바라봅니다. 난생 처음 먹어 보는 튀김 닭. 엄니는 그 맛난 튀김 닭을 입에 대지도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내 모습만 내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닭 집에서 나와 내 입에 묻은 기름을 닦아 주시며 그러셨습니다.

"집에 가서 튀김 닭 먹었다고 말하지 마라 잉."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 튀김 닭 얘기가 나왔는데 나뿐만 아니라 형제들 하나하나가 엄니의 손에 이끌려 중앙시장 먹자골목 어딘가의 튀김 닭 집에 갔었다고 합니다. 집에 가서 튀김 닭 먹었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엄니의 당부와 더불어.

어린 자식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니가 눈시울 붉게 떠오르는 순간, 튀김 닭 한 마리 싸 주세요, 하려다가 입을 닫아 버렸습니다. 팔순을 넘긴지 이미 오래인 엄니. 아래 위 틀니로 고생하시는 엄니는 더 이상 닭튀김을 잡수 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송성영 작가('모두가 기적 같은 일' 저자)
원본 콘텐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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