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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원룸 주민들이 만든 대흥동 네트워크
  • 담당부서 공보관
  • 작성일 2014-08-04

대흥동人

“대흥동이 원래 부촌이었어요. 그래서 예쁜 주택들이 많았죠. 그런데 점점 원룸이 많아졌어요. 저처럼 원룸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예전에 비해 각박해지고 삭막해지고, 무섭다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했죠.”

대흥동의 원주민으로 자리 잡은 조지영 씨는 원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파트는 가족 단위로 모여 살기 때문에 이웃 간의 유대와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문화가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대체로 젊은이들이 생활하는 원룸의 주거형태는 이보다 더 각박하고, 외롭고, 소속감이 없으며, 불신이 많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원룸에서 혼자 자취하는 일은 불편하고 힘든 점이 많죠. 밥 먹는 일, 빨래하는 일 하나도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나와 비슷한 대흥동 원룸주민들이 모여서 뭔가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흥동 네트워크 기획자 조지영 씨]  
[대흥동 네트워크 기획자 조지영 씨]


한 출판사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있는 조지영 씨는 대흥동의 특성인 문화예술적인 분위기와 원룸의 삭막함을 연결시켜보기로 작정하고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원룸주민 8명이 모이자 조 씨를 중심으로 대흥동에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대흥동에 진짜 거주하는 사람, 대흥동에서 살다시피 하는 사람, 대흥동에서 놀고 싶은 사람, 대흥동에서 괜히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다 모이자는 모토를 정했죠. 그러나 이런 문화적 활동들을 하는데 대흥동 원룸주민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궁금했어요."

조지영 씨는 그래서 대흥동에서 축제나 문화예술 공연이 열릴 때 대흥동 주민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거주지 설문조사를 해봤습니다. 그 결과 실제 대흥동 주민들보다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대흥동이 가진 입지조건은 환상적이죠. 아침에 일어나 트레이닝복 차림에 주머니에 손 넣고 갤러리에 갈 수 있고 연극을 보러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니까요.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인데 주거공간으로만 끝나는 게 정말 아쉬웠어요.”

조지영 씨는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대흥동 문화를 만든다면 동네에 애정도 커지고 혹 이사를 가더라도 많은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전시가 주관하는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알게 되었고 신청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대흥동 북까페 이데 앞에서 대흥동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대흥동 북까페 이데 앞에서 대흥동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같이 산책해

 

이렇게 대흥동인이 움직이기 시작해 제일 먼저 시작한 사업이 ‘대흥동 주민 컨퍼런스’입니다. 자칫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시골마을에서 주민회의를 여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대흥동에서 38년을 사신 아주머니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었어요. 속옷가게를 하시는 분인데 저도 지나다니면서 항상 궁금했던 가게였어요. 그분한테 우리가 모르는 대흥동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죠. 책에서 읽는 역사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살아있는 역사죠.”

그 다음 프로그램은 ‘나와, 같이 산책해'였습니다. 이것은 대흥동 주민들을 불러 모아 같이 산책하면서 동네에 숨은 이야기들을 듣고 느끼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먼저 동네를 알기 위한 적당한 산책코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동네의 이야기에 해박한 학예사도 불러 같이 편안하게 산책하면서 동네를 알아갔고 동네에서 생활하는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여행객들이 대흥동 산호여인숙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여행객들이 대흥동 산호여인숙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우리 동네 예술가’라는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동네의 이야기를 넘어 동네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자리였습니다. 대흥동이 가진 장점은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장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를 적극 활용해 평소에 멀게 느껴졌던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고 같이 호흡해보는 일로 동네에 대한 자부심과 주민들의 문화적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실제로 공예 예술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직접 이야기도 듣고 예술적 체험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또 한 극단에서 올린 ‘바그다드여인숙’이라는 연극을 함께 관람했습니다. 이 연극은 대흥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거점인 산호여인숙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입니다. 관람 전에는 먼저 산호여인숙을 방문해 실제로 그 분위기를 함께 느끼고 이야기를 나눠보았기 때문에 훨씬 더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모두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죠. 행사를 주관한 입장에서도 아주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바그다드 여인숙을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바그다드 여인숙을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즐거운 오해


행사에 참여했던 대전여중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주변 공간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대흥동을 새롭게 발견하니까 더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죠. 또 ‘공감만세’라는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친구들은 다른 공간만을 돌아다니며 공간을 대상화해서 보아왔는데 바로 내가 살던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동했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서구나 월평동 같은 동네에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자신도 원룸주민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또 계룡문고나 지하철역에서 포스트잇을 보고 왔다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직장인들의 모임이나 주변 친구들 모임에 가면 명품빽 이야기, 혼수얘기 같은 식상한 이야기만 하는데 여기서 정말 코드가 맞는 생산적인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고 좋아하는 분들, 이런 신선함에 끌려 다시 왔다고 하는 분들을 만났죠.”

그러나 모임에 대해 오해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원룸주민 네트워크라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혹시 소개팅도 가능하냐고 묻기도 했다는 것이죠. 물론 그런 일은 알아서 하시라고 잘라 말했다고 하며 조지영 씨는 웃었습니다.

“홍보요? 하하, 천여 세대에 이르는 집집마다 우편함이나 포스트잇을 붙였어요. 힘들었죠. 그런데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리고 모이는 곳이 북까페다 보니까 이젠 많은 분들이 우리가 기획하는 일을 잘 이해해주셨죠.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사람은 계속 늘어갈 겁니다.”

그러나 원룸주민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진행하다보니까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고 막연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두려움이나 의심 때문에 쉽게 모임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가졌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오시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여간 계속 이어지기만 한다면 새로운 문화를 가진 동네가 될 겁니다. 희망적이죠.”

 

대흥동 북까페 이데에서 펼쳐진 공연 모습 
[대흥동 북까페 이데에서 펼쳐진 공연 모습]


우리 동네 신랑

젊은 친구들도 문화에 대한 욕구는 강하지만 의외로 쉽게 나서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문화를 만나려면 서울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내 집 앞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사건들을 접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걸 보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문화적 관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런 효과도 큽니다. 마을이라는 개념은 안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시골에 가면 일단 편안해지잖아요? 안전하기 때문이지요. 동네사람과 알고 지내니까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죠. 마을이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거라 들었어요. 도시일지언정 사람들이 서로 알고 지내면 그것이 바로 신뢰이고 안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흥동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힘들게 만들어진 이런 자산이 일회적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모으기가 힘들었죠.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도 생각했던 만큼 흡족하지는 않지만 다시 한다면 우리 동네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문화지도나 커뮤니티북 같은 것을 만들어봤으면 싶어요."

이번 기회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서로 공유하고 대흥동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뭔가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지영 씨를 만나면 대흥동 주민송년회 안하냐고 묻기도 하고 결혼은 언제 하냐고 묻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서로 알고 또 뭔가 하려고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우리 동네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다보면 대흥동을 떠날 수 없으니까 신랑도 이 동네에서 만나야겠죠?”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김병호 시인('과학인문학', '포이톨로기' 저자 )
원본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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