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홍명상가는 사라지지 않았다-홍명악기점
- 담당부서 공보관
- 작성일 2014-07-29
굉음과 함께,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풀썩- 그곳이 주저 앉았습니다. 콘크리트 지붕과 벽체, 계단과 철골 구조물이 우리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홍명상가 철거. 2009년 9월 9일의 일이니 벌써 4년도 넘었습니다.
[홍명상가 철거 모습]
대전시가 3대 하천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목척교 주변 재정비 계획에 포함된 홍명상가가 사라지던 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홍명시절’ 을 추억하고 감회에 젖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곳이 ‘처음 돈까스를 먹은 곳’ 이라 했고 누군가는 ‘삐삐와 휴대폰을 사러 드나들던 곳’ 이라 했습니다.
어떤 이는 르네상스 음악 감상실에서 들었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수업 빼먹고 홍명상가 옥상 ‘로라장’ 에 롤러 스케이트를 타러 갔던 날의 스릴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홍명’ 이라는 이름은 대전시민들에게 추억의 이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기에 조금 더 아쉽고 특별한 이름 ‘홍명’, 그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악기점이 있습니다.
[탄방동 악기거리에 있는 '홍명악기']
‘홍명악기.’ 홍명상가에 있던 그 ‘원조’ 홍명악기점이 맞습니다. 홍명상가를 비룻 원도심 중심지에 있던 악기점들과 새로 생긴 악기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형성된 일명 ‘악기 거리’ (탄방동 남선체육관 부근) 에 홍명악기도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탄방동 악기거리]
“아버님이 바이얼린 2-3대로 처음 악기상을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홍명상가가 들어설 때부터 그곳에서 악기점을 운영하셨죠. 저도 홍명상가에서 일을 배웠고 철거될 때까지 직접 경영도 했어요.”
현재 홍명악기 대표인 유재훈씨는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한때는 시향에서 연주활동을 한 음악인이기도 합니다.
“제가 맏이에요. 언젠가 이어 받아야 한다면 빨리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죠. 일을 가르칠 때의 아버지는 엄하셨어요. 손님이 오면 슬그머니 가게 밖으로 나가서 제가 손님응대를 어떻게 하나 지켜보셨죠. 무서웠어요.(웃음) 하지만 홍명상가 시절엔 악기점이 잘돼서 힘들어도 재밌고 좋았어요.“
[홍명악기 내부에 걸려있는 악기들]
7080세대를 대변하는 대표주자 3가지, 청바지와 생맥주, 그리고 통기타였습니다. 야외로 놀러가는 젊은이들의 어깨엔 어김없이 통기타가 걸려 있었고 그 시절 킹카 중에 킹카는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기타 치는 교회오빠’ 였습니다.
"몇년 전 세시봉 열풍으로 기타 바람이 불었어요. 그 다음엔 TV 오디션 프로의 인기로 또 한번 인기를 끌게 됐죠. 7080세대 부모들과 오디션 프로에 열광한 자녀들이 모처럼 기타라는 공통 관심사를 갖게 된 거에요. 먼지 쌓인 채 창고 구석을 차지했던 기타들이 밖으로 나오고 그걸 조율하러, 혹은 새 기타를 사기 위해 함께 오는 모습이 반가웠어요.”
[홍명악기 내부 모습]
가게 내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기타들은 다채로운 색깔과 다양한 디자인으로 시각적으로도 눈길을 끕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과 여성들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인데요. 이렇게 취미용 악기는 경기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지금은 생산공장 자체를 찾기 어렵지만 한때는 ‘크로마 하프’ 가 인기를 끌었고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만돌린’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우크렐레’ 가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성탄절이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모니카가 수십개씩 팔려 나갔어요. 지금은 하모니카 불 줄 아는 사람도 많이 줄었죠. 멜로디언이나 실로폰, 리듬악기 등도 예전엔 단체구입이 많았지만 지금은 학교 정규수업에서 빠지면서 취미반 수업용으로 간간히 찾는 정도입니다.”
홍명상가에 홍명악기가 있던 시절엔 악기를 취미로 하던 이들이 많던 때였습니다. 그 자리를 잠식한 건 컴퓨터의 대중화, 컴퓨터가 보편화 되면서 하모니카 부는 소리, 통기타 튕기는 소리대신 다다다다- 게임하느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익숙한 시절이 되었습니다.
“진상 손님을 대할 때보다 더 괴로운 게 뭔지 아세요? 손님이 없어 마냥 앉아서 기다릴 때 에요. 진짜 싫어요.”
악기점의 불황은 삭막한 사생활을 들킨 듯 살짝 부끄러운 기분입니다. 악기 하나쯤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볼 일입니다. 새해도 밝은 김에 말이죠.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명창현 방송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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