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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목척시장에 부는 바람-대전충남민예총 사무처장 조성칠 씨와의 인터뷰
  • 담당부서 공보관
  • 작성일 2014-07-15

구도심 은행동이 10대, 20대 젊은이들의 놀이터라면, 대흥동은 기성세대의 놀이터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마냥 화려하고 번잡한 은행동에 비해 대흥동은 낡았지만 고풍스러움과 여유가 묻어납니다. 대흥동은 그야말로 새로운 가능성으로 꿈틀거립니다. 왜 그럴까? 그저 쇠락하는 구도심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에 문화예술인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더해지면서 일정한 공간이 가진 개성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쉽게 대전의 구도심하면 등식화된 것처럼 은행동이나 대흥동, 혹은 대전역 근방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구도심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곳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3분여 거리 가량 떨어져 있는 ‘목척시장’ 골목입니다. 근대도시 대전의 발원지가 되었던 ‘목척교’는 익히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목척시장’은 대체로 낯선 이름입니다. 그만큼 이 지역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멀어진 공간이었습니다. 한때 대기업이 주도하는 개발 이야기가 낡은 골목 곳곳을 술렁이게 만들었지만, 수십 년째 개발이 미뤄지면서 이곳은 오갈 데 없는 세입자들만 남아 있는 도시 속의 섬이 되었습니다.

 

목척시장 골목  
[목척시장 골목 풍경]

 

볼품없는 구도심이 뭘 얼마나 다르겠는가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시행되지 않는 개발을 기다리다 집을 비운 주인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것조차 꺼리는 곳. 누가 당장 들어가 거주하기 위해서는 고치고 손 봐야 할 곳이 멀쩡한 공간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장 개발이 시작된다면 세입자들의 이주비를 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채로 방치된 건물들이 마을의 절반을 넘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몇 채 남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모르긴 해도 대전시 전체를 통 털어서 이보다 더 낙후된 공간은 없지 않을까.

 

목척시장 골목 
[목척시장 골목 풍경] 

 

그렇게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의 이면에서 저 홀로 낡아가던 공간에 몇 달 전부터 우리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척시장’이라는 존재를 모르고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습니다. 흑백사진 속에서나 맞닥뜨릴 것만 같은 낡고 헤진 건물들이 을씨년스럽기도 했고, 오래 전에 몰락한 유년의 유적을 꿈속에서 만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과연 여기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싶던 그 순간,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눈이 번뜩 뜨였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머무는 곳에서 할머니 세 분이 다정하게 도토리를 까고 계셨습니다. 차갑던 골목이 일순간 환해지는 느낌! 분명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목척시장 마을잔치 
[목척시장 마을잔치] 

  

그 후로 두어 번 더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을잔치가 있던 날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마을 전체가 떠들썩했습니다. 마을잔치에서는 프리마켓이 열렸고, 설치미술, 드로잉, 사진, 클래식 연주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동안 마을에서는 50~60년 대 향수를 깨우는 영화들을 상영했던 ‘골목극장’이 주기적으로 열렸고, 마을주민들이 참여했던 야시장도 열린 바 있습니다.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투입된 대표적인 공공예술이라 하겠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퇴락해가는 공간에 예술을 투입시키고자 했던 것일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진행했던 (사)대전충남민예총의 조성칠 사무국장을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한 공간을 무대로 작업에 참여한 경우는 우리 지역에서 드문 경우가 아닌가 싶다. 많은 고충이 있었겠다. 마을소생프로젝트 ‘목척시장에 부는 바람’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개발이 답보상태로 머물면서 한번씩 이 거리를 지나가게 되면 방치 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번화가 으능정이에서 걸으면 3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이렇게 섬처럼 버려진 곳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본래 주인들은 이미 나갔고, 세 살던 사람들만 남았는데, 아무리 폐허처럼 되었어도 어차피 공동체는 살아있으니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살고 있든 시민이고, 지역민 아닌가? 우리 사업은 처음부터 예술가들의 작업보다 그곳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시작하게 되었다."

 

- 머리로 구상했던 것과 현실은 다를 것 같다. 진행초기 과정은 어땠나?

"젊은 친구인 안도현 씨가 먼저 이 마을에서 ‘닷찌 프리마켓’을 시작했다. 그 친구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능하면 주민과 더 만나서 소통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는 조언을 했다. 지역민들을 대상화시키고 이방인을 만들어서 또 하나의 벽을 만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언을 해주던 차에 그렇다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 처음 사업을 진행할 때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게 힘들었다. 처음 이곳에 갔을 때 주민들은 파편화 되어 공동체는 없었다. 장소적 특징만 있고 지역적 특성은 없는! 어떻게 하든 그것을 같이 엮어보고자 했다. 닫혀 있는 마음들을 어떻게 공유해볼까. 그래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 갔을 때는 무엇 하러 왔냐는 경계의 시선이 많았다. 개발찬성론자들은 말도 함부로 하고 심한 말도 던졌다. 그래서 그들을 타이르고 설득시켰다. 걱정하지 마시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다가 개발이 시작 되어 포클레인이 들어오면 우리는 곧바로 나갈 것이다.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람답게 살아보아야 하지 않냐, 그런 설득의 과정이 있었다."

 

- 어차피 개발이 되면 헐릴 공간에 굳이 사업비를 투자하면서까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회의적인 시각은 없었나?

"물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공공예술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부산 남천마을, 통영 동피랑, 서울 삼각산 재미난 마을 등 요즘에 이런 마을 살리기 성공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그런 마을과도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 그곳은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살고 있지만 낡아가는 것이 문제였다면 여기는 아예 언제든 개발만 시작되면 당장 나가야 하는 사람들만 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떠밀려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살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함께 궁리하려던 것이다. 그리고 떠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삶을 정리해보고자 했다. 가치라는 것이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추억이 소중한 것과 같다. 추억해 내는 방식도 여러 가지겠지만, 우리가 그것을 같이 담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이 의미 없는 작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목척시장 마을잔치에서 박석신 화백이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그림을 보는 주민들 
[목척시장 마을잔치에서 박석신 화백이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그림을 보는 주민들]

 

- 의미 없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언젠가 대구에서 재개발이 확정되어 집을 부수기 시작하는 동네에서 미술가들이 ‘빈집에서 놀기’라는 이름으로 퍼포먼스를 벌인 일이 있었다. 어차피 헐릴 공간이지만 잠시라도 그 공간의 의미를 담아내면서 우범화 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그 경우는 우리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간 행위예술 수준의 것이지만, 그 작업이 쓸모가 없다거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그 곳에서 다른 곳에서 받지 못한 영감도 받았을 것이다. 우리의 시작도 그랬다. 일 년이든 육 개월이든, 내일 당장 끝날 일이라도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것! "

 

-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사업비도 적지 않게 투입되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서 진행했다. 이제는 공무원들도 하드웨어만 바꾼다고 변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 공무원들의 마인드도 확실히 변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다."

 

목척시장 마을잔치에서 열린 거리 연주 
[목척시장 마을잔치에서 열린 거리 연주]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미 있게 다가왔던 일들을 소개해 달라.

"우리는 이곳이 홍보가 되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그것이 주민들의 일상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을 가르치겠다는 식의 태도를 경계했다. 참여하는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대상화 되지 않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가능하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돕는다는 생각이었다. 주민들끼리 소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손톱에 메니큐어 발라드리거나 같이 음식을 해서 나눠 먹는 등 친해지기 위한 작은 과정들이 있었다. 조금씩 마을 주민들이 도와주기 시작했다."

 

목척시장 골목에서 열린 골목극장 
[목척시장 골목에서 열린 골목극장]

 

"골목 극장에서 50~60년대 영화를 상영했는데, 그때 소원했던 마을 주민들끼리 같이 앉는 모습을 보면서 기뻤다.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같은 감정들을 공유하는 동안 서로에 대한 마음이 녹아버린 것이다. 비 오는 날인데도 영화 왜 안 하느냐고 찾을 정도였다. 이런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다. 가능하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열어보자고 생각하던 차에 열었던 야시장도 일회에 그쳤지만 반응이 참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벽화 그리기, 드로잉 작업 등에도 관심을 보였고 같이 참여도 했다. 11월에 열린 마을 잔치에서는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 손님들을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뒤에서 그걸 돕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목표했던 것이다. 마을 커뮤니티가 살아나고 일! 느슨한 구조든 뭐든 커뮤니티가 살아나야 지역 문제든 자신의 문제든 얘기하고 고민하면서 스스로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거에 대한 매개가 예술가들이다. 우리는 판을 만들고, 멍석을 깔아주는 일을 했다."

 

-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곳에서의 예술은 어쩌면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소통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청취해서 그 의견들을 작품에도 실어보았다. 마이클잭슨을 좋아한다는 분 때문에 마이클잭슨이 들어간 작품이 생겼고, 복을 원하는 할머니 때문에 복자가 들어간 벽화가 탄생했다. 골목에 붙인 바람개비를 자신의 집에도 달아달란 요구도 받아들였다. 이런 참여의 과정이 의미가 깊다."

 

박석신 화백이 이름에 의미를 담아 그린 그림을 받은 주민 
[박석신 화백이 이름에 의미를 담아 그린 그림을 받은 주민] 

 

- 마지막으로 이번 사업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말해 달라.

"그 마을에 정주하는 예술인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누군가 그곳에 상주하며 그 지역민들이 되어보아야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이런 부분들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볼 생각이다. 우리는 내년에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이 작업에 참여할 것이다."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은 박석신 화백과 진채밴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은 박석신 화백과 진채밴드] 


평생을 남으로 살던 사람들이 예술을 매개로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면서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목척 시장을 찾아도 어떤 먹먹함에 가슴이 짓눌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 뉴올리언즈의 폐가를 공공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던 캔디 창은 “이 프로젝트는 누구에게나 목소리를 낼 기회, 그리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공공장소가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의 삶이 보다 행복해지는 데 경제적인 풍요만이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부디 이번 프로젝트가 단발성이나 한시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역민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면서 보다 깊은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지속적인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국은정 작가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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