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독자마당

도하의 기적! 도하의 기억!

2023.01
  • 등록일 : 2022-12-23
  • 조회수 : 243

신지은(중구 선화로)

70m를 질주하던 손흥민의 마법 같은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역전 결 승골은 언제 생각해도 기쁘고 짜릿하다. 우리 경기가 끝나고도 가 나와 우루과이 경기 결과를 기다리던 그 쫄깃함은 아마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가나라는 나라를 그토록 응원했던 때가 있었 던가. 드디어 휘슬이 울리고 옆집 윗집 아랫집 눈치 보지 않고 함성 을 지르던 그 순간! 우리 가족이 손뼉을 치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도 하의 기적’을 만끽하던 그 순간! 불현듯 4년 전 ‘도하의 기억’이 떠 올랐다. 4년 전인 2018년 여름, 우리 가족은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초등학 교 2학년과 1학년이었던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이겼다며 놀라워하던 파리지엥을 뒤로 하고 우리는 프랑스를 떠나 1 박이 예정됐던 카타르 도하로 향했다.

그러나 여행 막바지에 여권을 도난당한 탓에 우리는 공항 밖으로 나 갈 수 없었다. 임시방편으로 발급받은 단수여권으로는 공항을 나설 방법이 없었다. 안락한 호텔 대신 어린아이들과 낯설고 불편한 공항 에서 하릴없이 꼬박 17시간을 견뎌내기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것은 그때가 월드컵 기간이었다는 것이다. 대 한민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에 승리하고도 아쉽게 16강 진출 에 실패해 경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축구는 세계인의 축제 아니던 가. 드넓은(?) 공항 곳곳에 비치된 TV앞에는 월드컵을 시청하기 위 한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각자 나라말은 달랐지만, 골이 들 어갔을 때의 탄성이나 아쉬울 때 뱉어내는 탄식은 나라를 가리지 않 고 똑같았다. 나 역시 여권을 잃어버린 죄책감을 잠시 내려놓고 축구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 저편으로 밀려났던 도하 공항에서의 17시간 이 이번 월드컵 경기를 보며 불현듯 소환됐다.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된 아이들에게 우리가 묵었던(?) 공항이 바로 저기 도하라고 말해주 며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극적인 16강 진출이라는 짜릿한 기쁨을 선사했던 ‘도하의 기적’ 덕분에 뜻하지 않게 우리 가족의 ‘도 하의 기억’이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