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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지갑을 찾다

2022.10
  • 등록일 : 2022-09-27
  • 조회수 : 174

정동기(서구 신갈마로)

모르는 전화가 끊어도 계속 울린다는 투정에 옆에 있던 아내 가, 아는 분이 바뀐 번호를 알리려 보내는 것 일 수도 있으니 받 아보라고 권유한다. 휴대폰을 열자 “유성경찰서입니다, 정동 기 씨 맞나요?” 순간 몸이 경직되면서 걱정부터 앞선다. ‘혹시 내 차가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나 모르는 사건이 고발이 라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며칠 전에 분실하신 지갑이 신고 되었어요. 우송할까요? 아 니면 직접 오시겠습니까?” 당장 가겠다는 말과 함께 옷을 주 섬주섬 입고 나서는데, 지난주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 앞을 스친다. 아들 생일 선물로 봐둔 옷이 있으니 쇼핑센터에 같이 가자는 아내를 따라갔다가 디자인과 색상이 맘에 들어 돈 을 지불하려는 순간, 주머니 속의 지갑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급히 주차장으로 달려가 주변과 차 안팎을 뒤졌지 만 어떠한 흔적도 없고, 주차할 때 아슬아슬했던 순간만이 뇌 리를 스쳤다. 남들은 공간이 좁다고 외면하는 자리에 기어이 주차를 하긴 했는데 차 밖으로 나오는 일이 큰일이었다. 먼저 스트레칭을 하고 옆 차 문콕을 방지하기 위해 왼손을 쭉 펴서 차 문을 감싼 뒤 골반을 서너번 돌려 탈출에 성공하고는 ‘날씬 해서 다행이네’ 자평했던 그때, 뒷주머니 속의 지갑이 달아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 많은 카드와 신분증, 상용하는 약 들이 아른거리는데 유독 머리에 계속 맴도는 것은, 옷을 사려 고 챙겼던 돈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한 후, 경찰관이 건넨 봉투에 들어있는 지갑을 열어 한 움큼 현금을 쥔 나는 경찰관을 향해 “신고해주신 고 마운 분께 조금이라도 사의를 표할 수 있는 길은 없나요?”라 고 물었다. 경찰관은 대답 대신 말없이 짙은 미소만 띠고 나를 보았다. 순 간 그의 미소엔, ‘요즈음 대전시민의 의식이 많이 달라지고 좋 아지고 있어요. 댁도 그 흐름에 동참해서 자랑스런 대전인이 되고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이나 하세요’라는 따스한 조언이 스 멀거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