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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식물집사의 마음

2022.09
  • 등록일 : 2022-08-25
  • 조회수 : 310

서솔잎(서구 배재로)


집에서 일조량이 풍부한 곳에 자리를 마련해준 식물들이 새 잎 을 틔워가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보던 어느 날, 눈에 띄게 활 력을 잃은 삼각잎아카시아가 눈에 들어왔다. 꼿꼿하던 줄기가 미루나무 잎사귀처럼 곡선으로 휘고, 푸석푸석해진 마른 잎은 손을 대자 툭툭 화분 밑으로 떨어졌다. 구청 블로그에서 대전 시청에서 운영한다는 ‘화분병원’을 본 기억이 떠올라 다시 그 기사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대전시민이 모두 이용 가능 하다는 화분병원으로 향했다. 화분병원은 자연이 주는 에너지로 충만한 곳이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미풍, 통유리 사이로 비치는 햇살까지 모든 게 완벽 했다. 나의 반려식물도 이곳에서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설레었다. 화분병원 담당 원예사 선생님은 요모조모 살피며 까맣게 된 줄기 부분 상태를 체크하시더니 과습 조절 이 잘 안된 것 같다고 하면서 “아쉽지만 살릴 수는 없겠어요” 라고 말씀하신다. 화분 속의 흙 상태를 점검하지 않은 채 누렇 게 시든 잎만 보고 계속 물을 준 탓에 아카시아는 ‘과습’으로 생을 다한 것이었다. 죽은 식물을 화분에서 분리해서 포대에 담는다. 따뜻했던 봄날, 화분가게에서 삼각잎아카시아의 우아 한 자태에 첫눈에 반해 집으로 들였던 그날이 스쳐 지나갔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왔던 식물이라 빈 화분을 보니 마음 한구 석이 휑해진다. ‘그동안 함께 해서 행복했어.’ 원예사 선생님께서 그런 나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싱싱한 스 킨답서스 식물을 가지고 와서는 빈 화분에 이걸 심어 보면 어 때요? 라고 하신다. 가지치기로 뿌리를 내어 화분에 심어 둔 것이란다.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잘 키워볼게요.” 뜻밖의 선물에 위로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 워졌다. 반려식물을 일상에 들여와 돌볼 줄 알게 된 이후의 변화라면 식물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온한 식물들의 표정들을 살피고 행복해하는 식물 반려인이 되면서 ‘소확행’ 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런 순간이 아닐까 하고 자문하는 순간 을 종종 맞이한다. 나도 한때는 부끄럽지만 식물을 공간 인테 리어 소품 정도로만 여기고 초록생명을 소홀히 대했던 시절 이 있었다. 반려식물들과의 행복한 동행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서 출발 한다. 진정한 관심과 사랑이 반려식물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것이리라. 오늘도 나는 집을 나서며 클래식 음악에 주파수를 맞춰두고, 반려식물들을 향해 소곤소곤 인사한다. “나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