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옥(서울 도봉구 우이천로)
친구 Y는 사업가의 아내로 지극정성 남편을 섬기며 2남 1녀를 키웠다. 그런데 40대가 될 무렵 그녀의 남편은 악성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무슨 연고인지 나이 들어 Y도 악성종양 판정을 받았다. 그게 1년 2개월 전 일이다. Y는 다달이 모이는 여고 동기 모임에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나타나 우리를 감동시켰다.
우리들은 기립박수로 Y를 환영했다. Y는 비록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고결한 미소를 띤 채 동기 하나하나 뜨겁게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감동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는 언젠가 세상을 떠나야 하는 숙명의 길에 서 있어. 살았을 때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게 값진 인생이라고 생각해. 마지막 길 나눔과 베풂의 봉사야말로 보람 중의 보람이지.” 평소 그녀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온 자선활동을 아는 우리인지라 그녀의 말은 큰 공명을 남겼다.
열여섯 명으로 출발한 여고동기 모임은 회원이 점점 줄어 이제 여덟명만 남았다.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우리는 그날 우정과 Y의 건강을 빌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