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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식

[읽어보슈]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2.11
  • 등록일 : 2022-10-25
  • 조회수 : 24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아버지의 인생 




‘빨치산’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는 3일간 조문을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우리는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을 생생하게 마주한다. 그러나 소설의 진정한 묘미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낸 데 있다. 


32년 만에 내놓는 정지아의 소설은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가 크게 네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일화다. 부부 사이에 오가는 생동감 넘치고 재기발랄한 대화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설의 주제를 한층 발랄하게 만들며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유쾌한 촉매제다. 


두 번째는 ‘빨갱이’ 형 때문에 집안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작은아버지의 이야기다. 작은아버지의 등장은 소설을 한층 흥미진진하게 하고 독자는 죽은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화해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세 번째는 구례에서 아버지가 사귀었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마치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다.


마지막은 ‘빨치산의 딸’로 힘들게 살았던 딸이 화자다. 늘 가난했던 집안 형편이 생활력 없는 아버지 탓이라고 믿었던 딸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지극히 일부였음을 깨닫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아버지는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는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삶이었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음을. 진지한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입담 덕분에 소설은 흡입력 있게 읽히며 마치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글 이용주 | 우분투북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