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정수
클래식 음악가 중에는 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함께 살아갔던 사람들이 많다. 슈베르트의 경우 피아노 한 대를 살 돈이 없었을 정도로 가난했고 모차르트 역시 말년엔 빚더미에 앉아 동료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작곡가의 삶은 달랐다. 오직 오페라란 장르를 통해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었고 음악가로서 가장 큰 영광을 누리던 시기 돌연 은퇴를 선언한 후 남은 여생을 그저 즐기며 살아갔던 작곡 가, 바로 이탈리아의 조아키노 로시니다.
무엇보다 그는 ‘유머’의 가치를 아는 작곡가였다.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그의 곁에는 언제나 사람 들로 가득했고, 덕분에 그는 대중들이 원하는 ‘유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러한 경험을 토대로 작곡된 그의 오페라는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이탈리아를 넘어 전 유럽에서 인정받으며 그에게 막대한 부와 명예를 안겨주었다.
이렇게 작곡가로서 최고의 시기를 보내던 그때, 로시니는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 ‘윌리엄 텔’을 발 표한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의 이유를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이미 막대한 부를 얻었기에 더 이상 작곡의 동기가 사라졌다는 추측과 로시니의 오페라와 잘 맞는 벨칸토 창법의 성악가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자연스럽게 은퇴를 결심했다는 추측 등이 있다.
은퇴 후 로시니는 자신이 사랑하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인 미식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새로 운 요리를 개발하는가 하면 직접 요리책을 집필 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했다. 오늘날 서양의 고급 요리 중에는 ‘알라 로시니(alla Rossini)’라는 명칭이 들어간 요리들이 있는데, 로시니가 단골 요리사들과 함께 개발한 메뉴들로 모두 그가 가장 사랑했던 ‘송로버섯(Truffle)’이 사용됐다는 특징이 있는 요리들이다. 이처럼 로시니는 특출난 ‘유머’를 자신의 강점이었던 ‘오페라’에 접목해 빠르게 경제적 자유를 이룬 뒤 ‘음식’과 함께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간 행복한 작곡가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오페라 윌리엄 텔은 오페라 자체보다 서곡으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작품이다. 서곡이란 본격적인 오페라 무대가 시작되기 전 연주되는 곡을 뜻하는데 오페라의 주요 내용과 선율을 압축해 들려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오늘날엔 공연 시간이 긴 오페라보다 오히려 서곡만 따로 떼어 내 무대에서 연주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윌리엄 텔 서곡이다.
윌리엄 텔 서곡은 ‘새벽-폭풍-고요함-스위스 군 대의 행진’ 4부분으로 나뉜다. 고요한 스위스의 새벽 풍경을 노래하는 1부와 폭풍이 몰아치는 2부,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선율의 3부에 이어 모두에게 익숙한 4부의 트럼펫 팡파르가 들려오는 순간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도입부 이후 힘차게 달려 나가는 기마 부대의 말 발굽 소리를 묘사하며 곡이 진행되는데 후반부에 선 모든 오케스트라가 등장해 끝내 독립을 이뤄 낸 군인들의 행진과 민중의 환호를 표현하며 힘차고 경쾌하게 끝맺는다.
글 김기홍(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