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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브이야기] 계묘년 토끼의 해 이롭고 향기로운 '토끼풀'

2023.02
  • 등록일 : 2023-01-26
  • 조회수 : 115


어린잎은 샐러드로, 꽃과 잎은 허브차로

2023년은 토끼의 해, ‘재미있고 향기로운 허브이야기’의 첫 번째 순서로 토끼풀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 풀밭에서 꽃반지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다면, 혹은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 애써본 적 이 있다면, 하얀 꽃송이와 동글동글한 잎사귀를 지닌 토끼풀을 금 세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토끼가 잘 먹어서 토끼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사실 토 끼풀을 제일 즐겨 먹는 건 닭이나 염소 같은 가축들이다. 온갖 영 양분이 풍부한 토끼풀이 훌륭한 식사가 되기 때문이다. 꿀벌들에 게는 향긋한 꽃송이가 인기가 높고, 다른 콩과식물들처럼 ‘뿌리 혹박테리아’가 있어서 공기 중의 질소를 땅으로 옮기는 녹비작 물로도 이용된다. 

강한 생명력으로 어디서든 잘 자라고 널리 번져나가는데, 친환경 농장에서는 농약이나 비료를 쓰는 대신 토 끼풀을 마음껏 자라도록 두어서 토질 향상, 잡초 억제 등의 효과 를 얻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토끼풀은 사람에게도 이롭다. 피를 맑게 하고, 혈액 순환을 돕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여성호르몬의 작용을 돕는 식물 성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중장년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 키는 작용을 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면역력 을 높이고 해독작용을 돕는다. 부드럽고 순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서 섭취하기에도 좋다. 어린 잎은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고, 꽃과 잎을 잘 말리면 바닐라처 럼 은은한 향기가 나서 차로 우려 마시기에 좋다. 


다른 허브들과도 잘 어우러지며 개성 강한 다른 향을 잘 둥글려주는 역할을 해 서 허브차 블렌딩의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대전으로 이사를 오기 전 몇 년 동안 거주했던 일본 오사카에는 크고 작은 동네 공원들이 많았는데, 토끼풀이 많이 나는 봄과 여 름이면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채집을 하곤 했다. 인 적 드문 이른 아침에 가위와 바구니를 챙겨 풀밭에 웅크린 채로 열 중하고 있으면, 이따금 호기심 많은 어르신들이 다가와 말을 건넸 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토끼풀을 모아요.” “그걸 어디다 쓰 게요?” “말려서 허브차로 만들어요. 여러 약효가 있대요.” “와! 토 끼풀이 먹을 수 있는 풀인지 몰랐네요.” “저도 그랬어요. 꽃향기가 정말 좋아요. 맡아보세요.” 

이렇게 다정한 대화가 오갔고, 꽃송이 를 받아 든 어르신들은 따스한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 그런 소소 한 추억들이 담겨 있어서 내게는 토끼풀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나 역시 허브에 관심을 갖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기 전 에는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 ‘허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허브에 대해 더 깊이, 더 넓게 알아갈수록 허브의 세계는 정말이지 풍성하고 흥미 롭고 또 유익하다는 걸 깨우치며 거듭 감탄하게 된다. 봄이 오면, 산과 들과 물가에 토끼풀이 환하게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향기 로, 약효로,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 토 끼풀을 직접 찾아보면서 잘 활용해본다면 어떨까.


토끼풀을 만날 수 있는 곳 & 차음용 방법

· 흰 토끼풀과 붉은 토끼풀이 있는데, 색깔과 모양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특징은 비슷하다. 

· 천변, 들판, 산자락 등 도시 곳곳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에 문의한 결과, 대전 시내 하천들의 경우 제초제 등의 농약은 일 절 사용하지 않고, 많이 자라났을 때 기계로 자르는 방식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깨끗한 곳에서 채집 한 후, 연하게 식초를 탄 물에 담갔다가 여러 번 잘 헹군다. 채반에 올려 습기가 전혀 남 지 않도록 잘 말린 후 차로 활용할 수 있다. 

· 채취가 어려운 경우, 한약방이나 해외 허브 관련 쇼핑몰을 통해 건조된 상태의 토끼풀을 구입할 수 있다.


강수희(허벌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