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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400원의 행복

2022.12
  • 등록일 : 2022-11-25
  • 조회수 : 606

명은숙(유성구 도안대로)

매월 4일, 9일 유성장날이 되면 시골에서 방금 가지고 나온 싱싱한 채소와 나물들도 구경할 겸, 운동도 할 겸 해서 시장가방을 끌고 나선다. 오이 호박 양배추 콩나물 등 필요한 야채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사서 가방에 담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메모해 온 종이를 보며 하나둘씩 바구니를 채우다 보면 항상 예상보다 과용하게 된다. 상추를 꼭 사야 했는데 남은 돈이 1,600원뿐이었다. 길가에 경운기를 세워두고 상추와 오이 아욱 계란을 파는 아저씨가 계셨는데 장날마다 늘 그 자리에서 파시는 분이셨다. “상추가 얼마예요?” “2,000원요.” “아저씨, 죄송하지만 1,600원 어치만 주실 수 없나요?” 아저씨는 된다, 안된다 말씀도 없이 바구니에 담긴 상추를 봉지에 모두 담아 건네주신다. 미안하면서도 창피한 생각이 들었지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다음 장날이 되어 그 아저씨를 찾아가 400원을 드렸더니 “괜찮다”며 기어이 받질 않으셨다. 주머니에 넣어드리려고 해도 한사코 됐다며 거절하셨다. 400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감이 밀려오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