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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와 과학]파란하늘의 미래

2022.10
  • 등록일 : 2022-09-27
  • 조회수 : 46


가을에는 

마주치는 이의 얼굴도 파랗습니다 

염소를 몰고 가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파랗고 

계란이 왔어요 번개탄이 왔어요 

장돌림 봉고차의 스피커 목소리도 파랗습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잠시 눈인사를 나눈 

우편배달부의 가방 안엔 

파란 편지와 파란 파도소리가 가득 담겨 있지요 

- 곽재구 ‘파란 가을의 시’ 중에서 


하늘이 파랗다. 아이들은 묻는다. “왜 하늘은 파래?” 이때 왜는 ‘이유(Why?)’보다는 ‘원인(How?)’에 가깝다. 이때 아이들은 하늘이 파란 이유보다는 파란 하늘의 원리를 묻는 것이다. 그러 면 과학은 답을 한다. 전자기파가 있다. 전자가 움직이면 주변에 전기장과 자기장이 생기고 이들이 파동의 형태로 퍼져나가는 것을 전자기파라고 한다. 허공을 날아가 라디오에서 소리로 변형되는 전파에서부 터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이 모두 전자기파이다. 이들 은 같은 시간에 얼마나 많이 흔들리느냐로 나뉜다. 전파는 파 장이 아주 길고(진동수가 작고), 엑스선, 감마선 쪽으로 가면 파 장이 아주 짧아(진동수가 아주 크다)진다. 당연하게도 진동수가 큰 것이 에너지가 크다.

이 전자기파 중 일부 구간의 것을 사람은 눈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생활에서 그냥 빛 이라고 부르는 가시광선이다. 가시광선도 풀어헤쳐 보면 구간별로 나뉜다. 이 구간을 우리는 색이라고 부른다. 빨강에서부터 보라색까지 연속적으로 변하는 색은 파장의 차 이다. 태양을 떠나 지구에 도착하는 가시광선 중 자외선과 보라색 부분은 상층 대기에 서 먼저 흩어진다. 그리고 다음으로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대기에 들어온다. 파란색은 공기입자를 만나 아주 잘게 부서져 모든 방향으로 흩어진다(산란). 이것이 하늘이 파란 색으로 채워지는 원리이다.

 붉은색 쪽은 파장이 길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입자에 방해를 덜 받고 많이 진행한다. 그러나 저녁 무렵 비스듬하게 대기에 들어온 빛은 더 많은 공기를 통과해야 한다. 이때 파란색 빛은 이미 산란해버렸고 붉은색이 남아 산란한다. 이것이 노을이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란 원리도 우리는 알고 있다. 가을에 우리나라는 주로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공기의 압력이 높은 고기압은 지표와 가까운 곳에서 주변의 기압이 낮 은 곳으로 공기가 퍼져나간다. 그러면 이 공기의 빈자리를 대기의 상층부 공기가 내려 오면서 채운다. 하강기류가 생기는 것이다. 공

기가 올라가는 상승기류는 구름을 만든다. 공기가 상승하면 온도와 압력이 떨어지고 이때 공기가 품고 있던 수증기는 물방울로 변한다. 구름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하강 기류는 반대의 과정이기 때문에 작은 물방울이 만드는 구름이 없고 먼지도 적어 투명 한 하늘을 만든다. 가을 하늘이 더 깊고 파란 원리이다. 

지난 9월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이었다. 이날은 2020년, 우리나라가 유엔에 제안해 만 든 세계 기념일로 정식 명칭은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이다. 우리가 세계에 이날을 제안한 취지는 세계 시 민 모두가 기후변화와 대기환경에 대해 깊이 각성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자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유를 뜻하는 ‘왜?’에 답해야 한다. ‘왜 파란 하늘인가?’, 답은 간단하다. 사람은 파란 하늘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파란 하늘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느끼듯 지금 상황은 기후변화나 기후위기라는 말의 긴장감으로는 설명할 수 없 다. 우리는 이미 시작된 기후참사 안에서 살고 있다. 이미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작은 방 구석에 시뻘겋게 타오르는 연탄을 피워놓고 반대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으면서 나는 괜찮다고 위안하고 있는 형상일지 모른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우리는 더 겸손해져야 하며 우리가 가진 욕망에 더 엄격해져야 한다. 파란 하늘은 시퍼렇게 충고한다. 파란 하늘이 있어야만 파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김병호 사진 김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