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칼럼

독서칼럼 <존재의 박물관>

2022.08
  • 등록일 : 2022-07-28
  • 조회수 : 73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에는 발자국, 지문, DNA와 같이 우리의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건축물, 벽에 새겨진 글씨, 조각, 예술작품과 낙서 등도 존재를 알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가 머물렀던 흔적은 이게 전부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한 시간 정도 카 페에 머물렀다면, 그곳에 우리 몸에서 떨어져 나간 대략 3,000만 개의 박테리아 세포를 남기게 된다 고 과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가 머물던 장소를 떠난다는 것이 진 정으로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결국 우리 는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 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 는 존재인 셈이다.

<존재의 박물관>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와 그 핵심이 무엇인지 묻는다. 언어학을 공부하 고 신문과 잡지 편집자로 일한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어떤 장소 또는 사람을 떠나거나, 이 세상 과 작별하게 될 때 남기는 흔적들을 다양한 각도에 서 살펴보고 우리가 남기는 것에 대한 흥미로운 성 찰을 이어간다. 저자는 고대 로마의 폼페이 유적지부터 나폴레옹 시대, 2차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와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 공간까지 시대와 역사를 넘나들며 때론 장소를 또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남 긴 흔적들을 두루 살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일상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평범한 것은 없다’는 메시 지를 전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생명의 표시 를 담았다. 장소와 인간과 세상에서 이런 표시를 읽 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럼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다”고 말한다. 평범한 곳이든 화려한 곳이든 모든 장소는 나름의 역사를 가진다. 우리가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 울여 크고 작은 일상의 장소에 다가갈 때 인생은 그 만큼 더 풍요로워지며 그럴 때 우리는 현재를 더 밝 게 바라볼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스벤 슈틸리히 지음 김희상 옮김 청미 | 2022년 5월

이용주(우분투북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