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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야기

삶의 숙취까지도 개운해지는 콩나물탕

2022.12
  • 등록일 : 2022-12-01
  • 조회수 : 650

중구 선화동은 오랜 세월 충남도청과 충남지방경찰청을 비롯한 많은 관공서들이 자리한 대전·충남의 최고 중심지였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던 시절에도 이 지역만큼은 특선 지역이라 해서 전기가 끊기지 않던 곳이라 한다. ‘전기가 끊기지 않아 좋았겠구나!’라는 부러움보다는 퇴근도 없이 일이 일로 이어지던 삶을 살아야 했던 고단함에 더 맘이 간다. 아마도 일도, 만날 약속도 많은 12월이어서일 것이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 도청의 직원들과 주변의 많은 관공서에서 일하던 이들은 일로 피곤한 몸을 술로 위로하고 그 숙취를 콩나물탕으로 달랬다. 그래서인지 도청이 이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콩나물탕 집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나룻터 식당과 탑집 정도만 남아 그 시절의 애환을 추억하게 한다. 대두를 발아시켜 싹을 틔운 콩나물은 어디서나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식재료이다. <동의보감>에도 염증 소견을 억제하고 수분대사를 촉진하여 위의 울혈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음식인데다가 양질의 섬유소 덕에 장내 숙변을 완화해 변비 예방은 물론, 장 건강에도 좋다. 100g에 29㎉의 낮은 열량을 함유하고 있어 다이어트에 좋은 것은 덤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콩나물은 잔뿌리에 해독 작용에 좋다는 아스파라긴산(아스파르트산)이 풍부한 대표적인 숙취 해소 음식이다. 나룻터 식당의 콩나물탕은 이런 다재다능한 콩나물에다 타우린이 풍부해 간에 좋다는 바지락과 명태포까지 푸짐하게 넣어 끓여낸다. 365일 한결같은 표정과 맘으로 맞아주는 젊은 사장을 닮은 담백한 국물은 고춧가루 하나 안 넣고도 칼칼한 맛을 낸먹매(먹을수록 매력 있는)다. 무심하게 담겨 내어진 밑반찬들 또한 밖에서 만나는 집밥의 맛이 담겨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맛으로 화려하게 변신해가는 선화단길에서 30년 넘는 세월을 우직하게 걸어온 나룻터 식당은 그래서 삶이 고단할 때 생각나는 곳이다.쌀쌀한 저녁엔 명이나물에 싸 먹는 삼겹살에 한 잔 기울이고 낮에 다시 찾아와 홍고추, 바지락, 명태포를 넣어서 감칠맛과 얼큰함을 잡은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나면 3박 4일을 달린 삶의 숙취도 풀리겠구나 싶어지니 말이다. 그런데 가격은 7,000원. 더 이상 어떻게 고마울까 싶다. 

나룻터식당

중구 보문로 291번길 20(선화동 옛 충남도청 옆)

10:00~21:00(매주 일요일 휴무)

 042-253-5386

콩나물탕 7,000원, 두부전골 7,000원, 야채불고기 8,000원, 버섯전

골 9,000원, 두부두루치기 1만 원, 국산콩 모두부 6,000원, 생삼겹

살 1만 2,000원, 생오리로스와 오리주물럭은 예약필수

글·사진 고혜봉 |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