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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야기

우리 학교에는 동무도 있고 운동장도 있고 ‘추억의 나무도 있다’

2022.12
  • 등록일 : 2022-11-25
  • 조회수 : 197

어른이 되면 초등학교는 추억의 공간이 된다. 근심 걱정 없이 세상 물정 모르고 뛰놀았던 시절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준 것은 학교 안의 나무였다. 학교 안의 나무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잉태하는 어머니였다. 역사 깊은 초등학교에 가면 상징적인 나무를 볼 수 있다. 대전에서 처음 설립된 초등학교는 원동초등학교이다. 다음으로 신탄진초등학교, 그리고 1911년에 삼성초등학교가 설립되었다. 원동초등학교는 폐교되었고 삼성초등학교는 신 교사와 구 교사가 따로 있다. 

삼성초등학교는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다. 현재 구 교사는 한밭교육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목은 은행나무로 신 교사와 구 교사 사이에 있다. 신 교사 앞에는 ‘본교 출신 대통령의 기념 식수 예정지’란 표지석이 있어 이채롭다. 삼성초등학교에 가면 은행나무, 히말라야시다, 향나무 이렇게 세 종류의 나무가 있다. 그중 향나무가 삼성초등학교를 대표한다. 신 교사 앞으로 7그루, 한밭교육박물관 앞으로 67그루가 있다. 향나무의 용도는 첫 번째 태워서 향을 내는 것이 큰 목적이다. 종교의식이나 제사에서 꼭 필요한 것이 향이다 보니 산속의 나무는 남아날 일이 없다. 그래서 지금의 향나무는 모두 사람이 손수 심은 나무들이다. 두 번째 용도는 조경용이다. 이리 잘라도 살고, 저리 잘라도 잘 산다. 수백 가지의 모양을 만들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래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한밭교육박물관 앞의 향나무는 가림막과 울타리용으로 식재되어 있다. 그런데 너무 밀집되어 있다. 그래서 숨 막혀 죽은 나무가 많아 애처롭다. 한밭교육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향나무가 잘 살 수 있도록 방도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 

대전에서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초등학교가 또 있는데 진잠초등학교다. 1913년 일제강점기 때 설립되었고 교목은 소나무이다. 정문 오른편으로 개교백주년기념탑이 있고 맞은편으로는 거목의 히말라야시다가 눈에 들어온다. 운동장을 따라 눈을 돌리면 플라타너스와 지금은 보기 어려운 미루나무가 보인다. 그래도 진잠초등학교에서 상징적인 나무는 팽나무이다. 감성숲 안에 있는 팽나무는 유래가 있다. 개교 이전부터 자라던 팽나무가 노령화로 죽게 되자, 교장 선생님과 동문, 그리고 유성구와 대전시가 힘을 합쳐 팽나무를 살려냈다는 내용이다. 감성숲의 팽나무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다행히 2가닥의 가지가 살아났다. 팽나무의 큰 그늘은 진잠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희망과 꿈을 응원하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팽나무의 몸통이 데크에 끼여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나무가 옆으로도 부피가 커진다 는 것을 알지 못할까? 공간을 두고 데크를 만들었으면 팽나무도 답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성초등학교도 역사가 깊은 학교다. 1927년 일제강점기 시대에 세워진 학교이기 때문이다. 교목은 은행나무이지만 유성초등학교 나무하면 히말라야시다와 벚나무일 것이다. 거목의 히말라야시다는 정문에 있어 등하교하는 어린이들이 6년 동안 눈을 마주치는 나무이다. 그래서 추억을 되살리며 살아갈 나이가 되면 ‘아~ 그 나무가 히말라야시다였지’하며 기억할 나무이다. 다음은 벚나무이다. 학교를 바라보고 왼편 지성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이른 봄 벚꽃이 활짝 피면 다른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봄이면 가슴 설레게 만드는 일 중 하나가 이 벚꽃길일 것이다. 벚꽃의 꽃말처럼 유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인생에 ‘삶의 아름다움’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이창남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