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 대체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특히 밀가루와 기름이 귀했던 시절에 대대로 명절에나 만들어 먹던 고급 음식이다. 요즘에는 집에서 직접 만든 것처럼 정성 가득한 모듬전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 수고로움도 덜고, 온 집안이 기름 냄새가 배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맞아 대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소문난 전 맛집 6곳을 소개한다.
한민시장 '한민 부부전'
한민시장에서 ‘엄마들이 인정한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훈남훈녀 부부가 정성껏 직접 빚는 100%25 수제 전 전문점이다. 일반 프라이팬이 아닌 무쇠 철판으로 부친 바삭바삭한 녹두 빈대떡과 동태전, 꼬치전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고향이 전주인 사장님이 명절 때마다 가정식으로 해먹던 조리 방식 그대로 그날그날 한민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 조리하며 밀가루와 기름 사용을 최소화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다. 동태전은 물빼기 작업을 통해 살이 뻑뻑하지 않고, 마치 생태처럼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꼬치전은 마늘쫑이 들어가서 씹는 맛과 감칠맛이 별미다. 평소에는 8가지 전을 구매할 수 있지만, 추석 명절 기간 꼬치전, 동태전, 동그랑땡 등 3가지 전만 판매한다. 전화로는 예약이 안 되며 오는 순서대로 대기표를 작성해야 구매할 수 있다.
주소 : 서구 갈마로 259 한민시장 12호
문의 : 010-4113-9485
태평 전통시장 '엄마손반찬'
27년 전 이곳 태평시장에서 반찬가게로 문을 열어 한자리에서 ‘반찬 맛집’, ‘전 맛집’으로 동네주민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는 가게다. 엄마손반찬의 ‘엄마손’ 역할을 맡고 있는 이강주 대표 부부가 태평시장의 싱싱한 식재료들로 매일 같이 반죽을 해 계란물을 입힌 고소한 전들을 부쳐낸다. 깻잎전, 동태전, 표고버섯전, 녹두빈대떡 등 총 7~8가지의 전들을 만드는데 그중 동그랑땡이 가장 인기 메뉴. 다진 고기에 으깬 두부, 각종 야채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는 데다, 손이 많이 가 집에서 만들기 번거로운 음식인 만큼 손쉽게 구입해 즐기는 집이 많다고. 명절 전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주문 가능하다.
주소 : 중구 수침로55번길 56
문의 : 042-534-1818
도마 큰시장 '고향부침개'
비교적 좋은 음식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사찰에서 예약주문이 많은 곳인 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전집이다. 10년 넘게 가게를 이끌어온 안명순 대표가 혼자 재료 준비부터 부치기까지 하는 탓에 많은 양의 전을 판매하기보다는 주로 예약 손님들이 많은 전 전문점이다. 꼬치전과 동태전, 깻잎전, 동그랑땡 등의 전과 함께 제사음식도 주문받는다. 안 대표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직접 떠온 동태포를 소금물 등에 담그지 않고 하나하나 소금을 뿌려 밑간을 한다. 집에서 해 먹는 전처럼 부쳐내는 부지런함은 있다”고 소개한다. 명절 당일 현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지만, 제한된 양을 생각한다면 예약주문이 안정적이다.
주소 : 서구 도마4길 69
문의 : 010-3487-3329
중앙시장 '칠성부침(튀김)'
1980년부터 무려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맛집이다. 리모델링을 한 것 외에는 현 자리에서 줄곧 명맥을 이은 가게로 중앙시장에선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어머니 최병금 씨에 이어 아들과 며느리가 가업을 잇고자 열심히 수련 중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녹두전, 동태전, 고추장떡. 그중에서도 녹두전 조리법이 눈길을 끈다. 보통의 녹두전이 반죽을 기름에 가득 재워 튀겨내는 방식이라면, 이곳은 일반 전처럼 기름을 살짝 둘러 노릇노릇하게 부쳐낸다. 이렇게 만들어야 시간이 지나도 기름 냄새가 덜하고, 깔끔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난다고. 명절을 앞두고 전을 구매하려면 최소 일주일 전에 전화해야 하며, 늦어도 3일 전에는 연락해야 한다. 명절 당일과 이후 4~5일간은 휴무라고 하니, 가게 방문 시 참고하도록 하자.
주소 : 동구 대전로785번길 48, 104호
문의 : 042-252-4200
신탄진·유성시장 '명자네전집'
10년 전, 엄마와 아들이 시작한 전집은 이제 직원만 5명에 분점까지 낸 유명 맛집이 됐다. 이렇게 성공하게 된 건 역시 ‘맛’ 덕분이다. 가게 이름이기도 한 1대 사장 ‘명자’ 씨는 지역의 사찰 음식의 고수에게 전 부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 특유의 눅눅한 기름 냄새가 없고, 깔끔한 풍미가 난다. 현재는 그의 뒤를 이어 조카 서희라 씨가 2대 사장으로 가게를 잇고 있다. 명자네의 주요메뉴는 오징어, 홍합, 조개, 새우가 잔뜩 들어간 해물파전. 푸짐한 크기에 가격도 8,000원으로 저렴하다. 평소 신탄진점은 상시 운영하지만, 유성시장 장날인 4일과 9일에는 유성점만 운영한다. 또 장날 바로 다음 날은 정기 휴무일이다. 명절을 앞두고 전을 구매하려면 5일 전에 미리 연락해야 한다.
주소 : (신탄진점) 대덕구 석봉로 37번길 34, (유성점) 유성구 유성대로 730번길 17-8
문의 : 010-3566-7274
엑스포 코아 '오병이어전집', '꾸러기전집', '종가집'
엑스포코아 지하 1층에는 추석과 설날 명절이면 새벽부터 긴 줄로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맛있는 전집들이 모여 있다. 동그랑땡, 깻잎전, 호박전, 연근전, 동태전, 버섯야채전, 고추장떡 등 각양각색의 전을 맛볼 수 있다. 신선한 재료를 엄선해 기름지지 않게 부친 전은 느끼하지 않으며, 촉촉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이곳의 자랑이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짜지 않게 간을 맞춰 밥이랑 같이 먹기에도 좋다. 전마다 재료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씹는 맛 또한 일품이며, 다양한 전을 맛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듬뿍듬뿍 얹어주는 푸짐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다. 추석 전 연휴 1~2일 동안 24시간 운영하며, 명절을 앞두고 전화로 사전 예약도 가능하다. 단, 오병이어전집은 명절 기간 예약을 받지 않으며, 직접 방문해야 한다.
주소 : 유성구 엑스포로 488
문의 : (오병이어전집) 042-862-2668, (꾸러기전집) 042-862-6961, (종가집) 042-861-9993
글 허용주·김동희·강병조 사진 강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