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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대동천변아, 반가워!

2023.08
  • 등록일 : 2023-07-23
  • 조회수 : 534

안민우(동구 대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과 담쌓고 살던 내게 변화가 생겼다.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기니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해 드디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대동천변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신발장에서 잠자던 운동화를 깨워 집을 나섰다. 첫 발을 내디딘 내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며 귀에 속삭이듯 용기를 준다. 도심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신기해 이곳저곳 둘러보느라 걸음이 느리다. 다리 밑 벽에는 제목도, 작가명도 없는 멋진 그림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풀숲 어디에서인가 두꺼비들이 내게 인사라도 하듯 연신 울어댄다. 


밤늦게 놀러 나온 오리 가족은 때늦은 저녁 식사인지 아니면 야식인지 물고기를 잡느라 바쁘다. 밤이라 조금 무섭지는 않을지 걱정했으나 꽤 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 반려견과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 신이 난 얼굴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 타는 아이들, 그 뒤를 따르는 젊은 부모님들, 더운 날씨에도 손을 꼭 잡고 걷는 연인들, 누가 자기보다 앞설까 봐 경쟁이라도 하듯 빠른 걸음으로 두 팔을 흔들며 걷는 아주머니들. 나는 이들과 비록 잠시지만 스쳐 가는 인연을 만든다. 천변 도로 위 소제동에는 낡은 집들 사이로 새로 단장한 예쁜 카페들이 보인다. 조명 아래 오순도순 둘러앉은 손님들이 나누는 목소리는 정겨움을 더한다. 다음번에는 가족들도 같이 데리고 나와 소제동 카페에 잠시 앉아 쉬다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다시는 안 올까봐 서운했는지, 아니면 꼭 다시 온다는 약속을 받으려는 건지 두꺼비 두 마리가 인도로 튀어나와 나를 배웅한다. 이렇게 대전 도심 속을 걷다 보면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몸도 건강해지니 일석이조 아닐까? 대전 도심 한 가운데 이런 곳이 있어 감사하다. 시원한 바람아, 다리 밑 미술관아, 오리 가족아, 예쁜 카페들아, 그 리고 두꺼비야! 오늘도 보러 나갈 테니 기다려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