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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야기

아리랑로에는 연탄난로 피우는 이발소가 있다

2023.01
  • 등록일 : 2022-12-23
  • 조회수 : 216

동네사랑방 30여 년 형제이용원


대덕구 읍내동 한가로운 골목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리랑로 113번길에는 문을 연 지 30여 년이 된 예스런 형제이용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골목길의 사랑방 역할 을 하는 이 이용원에는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 키고 있는 주인장 오성근 씨(67)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반세기 전 의 세상으로 들어선 듯하다. 겨울 추위에 대비해 설치해 둔,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도 없는 연탄난로와 이용원 한켠에 쌓아놓은 연탄, 흰색 제복을 입고 빗과 가위만으로 머리를 자르고 다듬는 오성근 씨까지 마치 70년대 배경의 드라마 세트장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침 한 손님이 들어선다. 이발사와 손님 사이에는 별 말이 없다. 오랜 단골손님이어서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 지, 어떤 두상을 갖고 있고 머리카락은 어떻게 자라는 지 이미 오 씨의 머릿속에 다 입력이 되어 있는 듯 가위 질에 거침이 없다. 30분도 채 안 돼 들어설 때의 꺼벙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말쑥해진 장년이 만족한 듯 거울 을 본다. 금산군 남일면 산골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오 씨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초등학교 졸업 후 이발 기술을 익혔 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이발소 문을 열 수 있었던 건 30대가 넘어서였다. “돈이 있어야 가게도 얻고 이발기 구도 사잖아요. 하루하루 살기가 벅차 리어카 행상도 하 고 막일도 나가면서 생계를 유지했어요. 서른 넘어 신협 에서 대출받아 겨우 이발소 문을 열 수 있었어요.” 처음 자신의 가게를 열었을 때의 벅찬 감동을 아직도 잊 지 못한다는 오 씨는 예약손님이 있든 없든 늘 아침 6시 면 출근하고 오후 4시만 되면 그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 를 생각하며 서둘러 귀가한다. 오랜 시간 그의 곁에서 면도를 도와주던 아내는 11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몸 이 자유롭지 못하다.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오 씨도 1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았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 씨는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동구 의용소방대원으 로 13년 동안 봉사를 했다. 오 씨는 “더 나아질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지금과 같 은 일상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 다. 날씨가 추워지면 형제이용원 연탄난로 굴뚝에 연기 가 피어오를 것이다. 대덕구 읍내동 아리랑로 113번길 골목에는 오늘도 형제이용원 오성근 씨가 손님을 기다 리고 있다. 형제이용원 오성근 씨 010-5439-1245

이종영(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