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특집·기획

[빈집의 재발견] 마을 ‘흉물’에서 공원·텃밭으로 재탄생

2023.06
  • 등록일 : 2023-05-24
  • 조회수 : 822

“예전엔 낮에도 지나다니기 무섭던 곳이에요. 지금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차도 마시는 만남의 장소가 됐어요” 대전 원도심의 한 주택가 골목. 차 한대가 겨우 지나는 좁다란 공간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얼굴은 불편한 기색 대신 밝은 표정이다. 이곳에 있던 오래된 빈집을 정비해 만든 쉼터 덕분이다. 쉼터 조성 전에는 불법 투기 쓰레기들로 가득했지만, 이제는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난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은 의자에 앉아 쉬고, 동네를 뛰놀던 아이들은 숨을 고르는 마을의 작은 힐링공간이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방치된 자투리땅(사진 아래)을 활용해 조성된 정림동 ‘수밋들’(사진 위)>


미관 저해·악취 등 골칫거리였던 빈집

과거 ‘도심 속 흉물’에 불과했던 대전의 오래된 빈집들이 주민친화공간으로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대전형 빈집정비 사업’이 만든 결과물이다. 특히 원도심 주변의 빈집들을 활용한 공간들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며, 주변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시는 그동안 다소 미비했던 부분까지 보완, 수정해 더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빈집 정비에 나선다. 그동안 빈집 문제는 지역의 큰 골칫거리였다. 농촌은 물론 옛 시가지를 중심으로 인구가 줄고, 주변 상권이 쇠퇴하며 나타난 도심 공동화 현상이었다. 사람이 떠난 빈집은 각종 쓰레기 투기 장소로 악취를 유발하고 마을의 미관을 저해했다. 건물 노후화로 인한 붕괴, 화재 등 안전사고와 함께 청소년들의 우범 지역으로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정림동 '수밋들'>

수밋들은  ‘숲 아래 자리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인근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문화공간 등으로 쓰이고 있다. 

매년 축제도 이곳에서 열린다.


주민 커뮤니티 공간 조성 후 분위기 반전

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빈집정비에 팔을 걷어붙였다. 단순히 노후화된 건물을 철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주민들에게 부족했던 주차장, 소공원 등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하고, 텃밭, 쉼터, 커뮤니티 공간 등 공동이용시설을 조성해 열악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실제 빈집 정비가 완료된 마을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그동안 아무런 쓰임도 없이 널찍한 공간만 차지하던 골목길의 빈집은 주민들이 애용하는 공용주차장이 됐다. 주차장은 밀집 지역의 주차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이 깨끗하게 정비되는 효과를 불러왔다. 쉼터와 텃밭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정비된 빈집들도 비슷했다. 새롭게 조성된 공간에서 주민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 행사와 축제를 개최하며 어울렸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용두동 ‘꽃밭 쉼터’> 

6~7명이 앉을 수 있는 소박한 정자와 아담한 크기의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꽃밭에는 마을 주민들이 가꾼 마리골드, 사피니아, 팬지 등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있다. 

쉼터 조성 전 이곳은 한국전쟁 때 피난 온 주민들을 위해 지은 판잣집이었다고 한다.


시 직접 매입 등 올해 정비 더욱 적극 추진

올해부터 추진하는 ‘2023 대전형 빈집정비 사업’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빈집 정비 후 개인 소유주에게 ‘반환’하는 방식에서 시가 ‘매입’하는 것. 지난해 사업까지는 빈집 소유주에게 철거비를 지원하고 일정기간(약 3년) 동안 주차장 등 주민의 수요에 맞는 공유공간으로 조성해 사용한 후 다시 소유주에게 반환하는 한시적인 사업이었다. 이에 시는 철거가 시급한 순위로 빈집을 매입해 철거한 후 사회기반시설과 주민공동이용시설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항구적으로 시설을 제공하는 대전형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등을 활용해 연간 20억씩 총 5년 동안 100억 원을 투입한다. 정비대상은 1,798호 중 정비가 시급한 빈집으로 5월에는 5개 자치구에 빈집소유자의 매입 신청서를 접수하고, 6월 중 사업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자치구에 보조금을 교부하고 하반기부터 빈집 매입 및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선화동 ‘공용주차장’>

도심 내 노후화된 폐·공가를 철거해 공용주차장을 조성했다. 

주변 도시 미관이 밝아진 것은 물론 밀집된 주택가의 부족한 주차 공간을 확충했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부사동 ‘마을 쉼터’>

깔끔한 나무데크에 커다란 지붕이 달린 마을 쉼터다. 

걸어서 올라가기에 버거운 경사로에 위치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강병조 사진 박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