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특집·기획

잘 생긴 느티나무 찾아 대전 한 바퀴

2022.08
  • 등록일 : 2022-07-28
  • 조회수 : 965

<성북동 느티나무>


도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느티나무를 찾아 대전을 한 바퀴 돌아 보자. 고목의 느티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삶이고 대전의 역사다. 반석동 느티나무에서 출발하여 지족동, 성북동, 세동, 괴곡동, 원정동, 석교동, 옥계동, 대사동, 비래동, 봉산동 느티나무를 돌아보는 코스다.

대전의 보호수는 130여 그루가 넘는다. 그중 70%25가 넘는 100여 그루가 느티나무라고 한다. 느티나무는 대부분 마을 어귀에 자리 잡고 있어 정자나무와 당산 나무 역할을 한다. 느티나무 그늘은 휴식의 장소였고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였다. 느티나무 아래서 농사 일과 마을 일을 의논하고 나랏일을 걱정했다. 이토록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주 고 사람들의 뜻을 한마음으로 묶어주는 나무다. 그래 서 느티나무는 마을 역사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하 는 둥구나무이다.

<반석동 느티나무>

우리 대전도 개발로 인하여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 는 곳이 많다. 그나마 느티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 어 옛 마을의 역사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곳이 있 다. 반석동, 지족동, 봉산동이다. 느티나무가 있는 이 세 곳은 온통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더욱이 반석동 느티나무는 6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온 나무이 고 봉산동 느티나무는 미적 수려함과 함께 오늘날까 지 목신제가 전해 내려오고 있어 민속 문화유산으로 서의 가치가 높은 나무다. 이 세 곳의 느티나무는 삭 막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며 새로운 아파트문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금도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며 느티나무에 서 거리제, 당산제를 지내는 마을이 있다. 대사동은 마을 느티나무에서 한절골 거리제를, 비래동은 비래 골 당산제를 지낸다. 사람은 죽어서 제사를 받지만 두 곳의 느티나무는 살아서 제사를 받는다. 그냥 나 무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과 마을을 지켜주는 신 이기 때문이다.

<비래동 느티나무>

옥계동과 석교동 느티나무는 정겨운 골목 느티나무 다. 차와 사람이 다니는 길 가운데 있어 좁은 골목을 차지하고도 베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불 편함을 감수하고 느티나무와 같이 생활하는 것은 같 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여기기 때문이리라. 석교동 골목 느티나무 가까운 곳에는 대전광역시 문 화재자료 제35호인 봉소루가 있다. 봉소루 안에는 일 곱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다. 이 느티나무들이 석교동 의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다. 봉소루는 건물도 아름 답지만 느티나무들이 이곳의 운치를 더해준다. 만약 봉소루 안에 느티나무가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나무는 나이가 들면 품위가 느껴진다. 한 그루도 그 럴진대 10여 그루가 마을 어귀에 우뚝우뚝 서 있다면 어떨까? 고목의 웅장함과 품위를 보고 싶다면 성북동 느티나무를 찾아볼 일이다. 괴곡동은 마을 이름 자체 에 느티나무 괴(槐)자가 들어 있는 동네로 대전 유일 의 천연기념물 나무이자 700여 년의 세월을 지키며 대전의 역사를 지켜본 대전 대표 느티나무가 있다. 대부분의 마을에서 정월 보름 전에 제를 지내는 것과 달리 괴곡동에서는 칠월칠석에 느티나무 아래에서 제를 지낸다.

<원정리 느티나무>

도심을 벗어나긴 했어도 특별한 느티나무를 찾아 떠 나고 싶다면 추천해주고픈 나무가 있다. 국가나 개인 에게도 특별한 날이 생기면 글을 남기거나 나무를 심 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도 광복을 기념해서 나무를 심은 곳이 있는데 현재 알려진 곳은 대구, 순창, 대전 단 세 곳이다. 그중 광복기념 나무로서 느티나무는 대전 세동의 느티나무가 유일하다고 한다. 대전에서 주위 풍광과 어우러져 가장 아름다운 모습 을 뽐내는 나무는 평촌동(증촌마을) 느티나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의 논들과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아 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많은 사 람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야기 느티나무도 있다. 원정동 느티나무다. 원정동 세편이 느티나무는 손예진 주연의 영화 ‘클래식’ 촬 영장소로 유명한 두계천가에 있어 영화의 추억을 담 을 수 있다. 도심 속 느티나무는 차로 한나절 정도의 코스다. 먼 저 반석동, 지족동 느티나무 앞에 서면 시대가 변하 여 새로운 아파트 문화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에서 안 타까움을 넘어서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성북동 느티나무는 길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움에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괴곡동 느티나무는 대전 유일 의 천연기념물이기에 두말할 것도 없이 찾아보아야 하는 나무다. 석교동, 옥계동 느티나무를 보면 미소 가 지어지는데 요즘 말로 ‘소확행’을 느끼게 하는 나 무다. 대사동, 비래동 느티나무를 지날 때면 나도 모 르게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아파트 단지에 서 있는 봉 산동 느티나무를 만나면 ‘아 이렇게도 보존이 되는구 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된다. 우리의 삶과 함께 대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나무들 이다.

이창남(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