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사람이야기

“내일 죽더라도 배우고 싶었지”

2023.03
  • 등록일 : 2023-02-24
  • 조회수 : 231

external_image


78세 대학 수시합격 대전시립중고 임은식 씨

“나는 중학교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돈을 벌러 다녔는데, 친구들은 교복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학교에 다녔지.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데. 내일 죽더라도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어.” 

78세의 나이로 대학에 합격, 3월 새내기로 입학하는 임은식씨는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속에 쌓여 있던 짐 하나를 벗어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대전시립중고등학교의 고3 과정 만학도 110명 가운데 대입 수시전형에 지원한 90명이 전원 합격한 가운데, 임씨 역시 충청대학 생활체육과에 합격, 새봄 입학을 앞두고 있다. 

가정 형편상 충북 제천의 외삼촌 댁에서 자란 임씨는 중 학교까지 학업을 마쳤지만,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하지 못 하고 취업에 뛰어든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퇴직하고 딸이 충남대에 입학하게 되면서 2004년 대전으로 이사를 온 임 씨는 동네 지인으로부터 대전시립중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소식을 듣게 됐다. 

임씨는 “동네 친구가 나이들었어도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으니 알아보라며 정보를 줬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무슨 공부를 다시 시작해? 라는 생각을 했다가 그냥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에 2021년 3월 학교를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활기차 보이는 학교 분위기에 젊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보고 공부를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원서를 썼다”고 했다. 

매일 아침 7시 5분이면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동구 자양동에 있는 학교에 도착하면 8시 10분. 8시 40분부터 시작되는 1교시부터 수업을 듣고 점심식사 후 하교해 집에 되돌아오면 오후 3시다. 꼬박 2년의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그는 “옛날에도 그렇게 어렵더니 여전히 수학, 과학이 어려웠다. 숙제도 거의 매일 있어서 집에 오면 꼬박꼬박 숙제를 해야 했다. 학교 다니는 것은 힘들지 않았는데, 나이가 있다 보니 병원 갈 일이 제법 많아 결석해야 하는 날이 좀 있었다. 개근상을 못 타는 것이 무척 아쉽다” 고 말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는 그는 “그래도 입학할 계획이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이야기 나누고 배우는 즐거움을 더 느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나서 정 어려우면 그때 포기하더라도 일단 시작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 세대들은 공부를 맘껏 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여전히 생활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일단 한번 대전시립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 다른 활력이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