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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당신의 시선’으로 치유와 행복 얻길"

2023.03
  • 등록일 : 2023-02-24
  • 조회수 : 403

40대 중반 미술 시작해 ‘국전 작가’ 오른 정현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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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라는 제약 속에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이도 전공도 환경도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어느새 목 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수통골에서 유유자적 창작활동을 하는 정현재 작가가 그의 작품과 삶의 궤적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미술가의 삶으로 인생 2막을 열며 미술인이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명예의 전당인 ‘국전 작가’ 자리까지 올랐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이 없고, 40대 중반에서야 독학으로 붓을 잡은 그는 어느 순간 붓과 혼연일체가 되어 자신이 살아온 삶 속에 새겨 진 사연과 곡절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뒤늦게 시작한 미술은 그녀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그림에 모 든 열정을 쏟아붓게 만들었다. 

정 작가는 “한 때 마음의 병이 찾아와 두문불출하던 중에 심적으로 마음도 달랠 겸 어릴 적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화집이나 유튜브, 전람회 등 을 보며 따라 그렸고, 점점 그림 그리는 것에 빠져 몇 날 며 칠을 잠도 안 자고 작업에만 열중했다”고 회상했다. 

그림 그리기에 심취한 정 작가는 점점 마음의 병이 나아지 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도 확립해나갔다. 과 거에 취미로 5년간 도자기 공예를 한 경험을 토대로 캔버 스에 도자기를 빚듯이 다양한 토기 그림을 그려 나갔다. 이와 함께 그림의 뼈대가 되는 바탕 작업에 짧게는 두어 달에서 길게는 2~3년의 공력을 쏟았다. 커피 가루나 흙, 한지 등 생활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캔 버스 바탕을 견고하게 다져 그 위에 안료를 바르기도 하고 칠하기도 하며 뿌리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질 감이 주는 작품의 무게와 깊이가 더해졌다. 이는 재료의 물질성과 질감에 주목해 나무, 돌, 세라믹, 한지 등 재료 의 특질을 순수 형태로 끄집어내던 故 고암 이응노 화백 의 창작 방식과 닮아 있다. 

그는 “이응노 선생은 저에게 큰 영향을 준 예술가 중에 한 분으로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응노 미술관을 수도 없이 들러 작품들을 감상했고, 그분을 닮 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며 “이응노 선생이 작품에서 그려냈던 정신과 철학, 이상들을 보고 느끼며 저 또한 영 혼이 담긴 작품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집 안에 더 이상 그림을 놓을 공간 이 없을 만큼 작품들이 쌓여가자 그는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함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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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재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청산별곡2> 



2017 대전시 서구문화원 미술대전 특선을 시작으로 22회 아시아미술대전 우수상, 2017-2019 대한민국 현대여성 미술대전 3회 연속 특선, 2018 대한민국 현대조형미술대 전 대상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특히, ‘대한민 국미술대전’에서 3년 연속 입상과 함께 ‘2020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서울시의장상을 수상하며 국전 작가로 선 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제는 모든 사물이 작품으로 연관 지어 보일 만큼 그림 이 인생의 전부가 된 그는 작품을 매개체로 대중들과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국회의사당에서 단독으로 초대전을 개최하며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인사동에서 2번째 초대전도 개최했다. 두 전시회 모두 ‘당신의 시선으로’라는 타이 틀을 달고 각각의 작품에는 따로 제목을 달지 않았다. 보 는 이들이 자유롭게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관객들에 게 그림의 제목을 선물한 것이다. 그는 “캐나다 출신의 포크 아티스트인 모드 루이스 (Meud Lewis)에 대한 영화를 보다가 그녀에게 이입되고 그녀의 삶에 감동을 받았다”며 “영화 속에서 의뢰인이 모 드 루이스에게 ‘당신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그려달라고 한 것에 착안해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해석, 제목 등 모든 것을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 놨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수통골 화실에서 창작활동에 에너지를 쏟으며 올해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작품을 매개체로 대중 들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는 “관객들이 저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을 의뢰한 듯이 그림을 그리고, 타인 에게 저 자신의 내면과 감정, 그리고 제가 바라보는 세상 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리 며 제 마음을 치유하고, 희망을 찾은 것처럼 관객들도 제 가 바라보는 세상이 담긴 그림을 보고 기쁨과 치유, 행복 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동희 사진 박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