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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테미 골목길에서 찾은 비밀의 정원

2022.12
  • 등록일 : 2022-11-25
  • 조회수 : 545


낡은 구옥 손수 고쳐 ‘스페이스 테미’ 연 김주태 관장


테미오래의 옛 도지사 관사 벽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가 골목길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대 서있는 자전거 한 대를 만났다면 부담 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도 좋겠다. 작은 마당을 품고 있는 아담하고 정갈한 갤러리가 원래 오래된 주택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챌 때쯤이면 덥수룩한 중년의 남자가 객을 맞는

다. 자전거의 주인이자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이곳‘스페이스 테미’ 갤러리를 다듬어낸 김주태 씨이다. “오랫동안 빈집이었어요. 동네가 너무 예뻐서 고쳐서 살려고 마련했다가 여차저차해서 갤러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난 3월부터 수리를 시작했고 배관부터 전기, 목공, 칠, 미장, 용접까지 다 제 손으로 만들어 왔어요.” 이렇게 7개월의 시간과 땀으로 태어난 ‘스페이스 테미’의 아기자기한 공간에는 만든 이의 애정과 더불어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앞으로 무엇을 담을지 궁금하다. “젊은 작가들의 터전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예술을, 그것도 더욱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새로운 예술을 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요. 이런 예술가들이야말로 사회의 자산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10월 말 개관 후 연 첫 기획 전시는 조금 의외이다. 대전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전시였다. “제가 대전의 다섯 개 대학의 교수님들을 초청한 이유는 불씨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이 가만히 있지 말고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교수님들이 불씨가 되어달라는 주문으로 전시 제목을 ‘스파크’로 했습니다.” 


김주태 씨는 공간의 활용에 있어서 시각예술에 한정 짓지 않을 생각이다. 11월 22일부터 잡힌 전시도 흥미롭다. “갤러리이기에 아무래도 시각예술이 주가 되겠지만 공간은 문화예술 전반을 위해 쓰일 겁니다. 새로운 미디어 공연부터 예술 파티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는 젊은 문화공간이 될 겁니다. 다음 전시는 대전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덕재 시인의 시전(詩展)이 잡혀있습니다. 시뿐 아니라 관련된 영상, 그림, 음악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이런 기획을 만들어 찾아오니까 저는 고맙죠.” 사실 이 시대에 직접 문화공간을 만들고 기획하고 예술 전반으로 펼치는 일은 모험이고 실험이다. 이런 새로운 기획들은 그의 이력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보수적이던 시대에 ‘한국 사람이 그리면 한국화이다’라는 생각으로 실험적 예술 활동을 하다가 호수돈여고에 미술선생님으로 자리를 잡았다. 30년 넘게 학생들과 미술로 호흡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기획을 해왔다. “학교 안에 갤러리를 만들어 10여 년 운영했습니다. 엄숙한 전시장이 아니고 놀러 오는 기분인 곳이었어요. 학생들이 오면 바닥에 앉아 편하게 수업하고 그러다 드러누워 그림을 보고 그랬죠. 그래서 전시장 바닥에 많이 신경 썼던 기억이 납니다.” 김주태 씨는 동네가 아름다워 테미를 선택했다고 한다. 옛 골목이 언덕에 걸려있고 거기서 정겨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갤러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도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 “주민들 도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었죠. 공사 중에 주민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여주고 좋아해 주셨어요. 골목이 깨끗하고 밝아지기도 했으니까요. 담 옆에 감나무가 있는데 감이 열려있어야 개관식에 폼이 난다고 일부러 감도 안 따시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만들어진 갤러리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물었다. “저는 아이들 가르칠 때도 이렇게 말했어요. 너무 힘들면 그만두라고. 재미있고 신날 때까지 하다가 많이 힘들면 그만둬야죠, 뭐. 하하하~”



김병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