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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비건 와인, 그리고 존중받는 예술이 있습니다

2022.06
  • 등록일 : 2022-05-25
  • 조회수 : 578



복합문화공간 변신 대흥동 ‘맞배집


2017년 김우리 씨(아래사진 왼쪽)가 중구 대흥동 중 부경찰서 뒤편 골목길에 문을 연 맞배집은 비건바 (vegan :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 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 이면서 복합문화공간이다. 1950년대 고가구 등 빈티 지한 인테리어에 평소 맛볼 수 없었던 그리스 음식 등 을 즐길 수 있는 유니크한 와인바로 이름을 알리기 시 작해 요즘은 공연이나 전시, 소모임 등을 열면서 찾는 이들이 제법 많아졌다. 호주 유학 시절 그리스 레스토랑과 이탈리안 레스토 랑에서 일하며 익혔던 솜씨로 요리를 직접 하는 우리 씨는 “맞배집의 와인이나 음식은 하나의 도구, 과정 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 디어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고 실험해나가는 공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침 단골손님으로 자주 오던 김다영 씨가 2018년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화콘텐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인디음악가 ‘이소’ 초청 무대를 시작으로 이랑, 김사월, 슬릭 등이 무대에 서 는 등 매달 최소 한 번 이상, 많게는 매주 맞배집만의 작은 공연 ‘연월(緣月)’이 열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와인이나 칵테일을 즐기면서 공연을 감상했지만, 방 역수칙이 철저해야 했던 지난 2년여 동안은 음식 없 이 무대만 꾸려졌다. 2만~3만 원 정도였던 관람료는 대부분 출연료로 지급되기에 바빴고 이들은 “아티스 트에 대한 응원으로 시작했던 일이니 적자에 대해 연 연해하지 말자”며 서로를 북돋웠다.


주인장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초청했던 ‘연월’ 에 이어 6월부터 새롭게 선보일 공연 ‘붉은방’(매주 일 요일 오후 7~8시)은 무대를 필요로 하는 아티스트들 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붉은방은 기회가 필요한 창 작자, 아직 알려지지 않아 무대가 절실한 이들을 위 한 무대다. 연월을 통해 알게 된 아티스트들의 입소문 으로 제법 문의가 많이 들어왔고 벌써 가을까지 공연 일정이 꽉 찼다. 입장료는 없지만 공연이 좋았다고 생 각하시는 관객들은 소정의 후원금으로 마음을 표현해 주시면 된다. 그 몫은 모두 아티스트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실내 벽에는 작가들의 작품이 주기적으로 교체 전시되고 있고, 사진전, 강연·워크 숍·북토크콘서트 등 소모임이 종종 열리기도 하는 등 문턱 낮은 원도심 문화명소로 결실을 맺기 위한 다양 한 실험과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맞배집은 비건을 지향한다. 치즈가 들어가는 ‘리코타 감귤’을 제외한 모든 와인과 음식이 비건이다.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은 당연히 비건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와인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달걀 흰자 등 동물성 성분 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모두 비건은 아니다. 2019 년 겨울부터 비건의 삶을 실천하기 시작한 이들은 “우 리는 매일 고기가 없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일주일에 하루, 혹은 세 끼 중 한 끼라도 비건 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을 환영하고 함께 하고 싶다” 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컴플리케이션 앨 범 ‘실’을 낸 데 이어, 올해는 여성 창작자들이 평소 존 경해 왔던 선배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응원의 메시지를 담는 앨범 ‘사랑과 존경을 담아’를 제작 중에 있다. 이 기획은 지역 자원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 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소벤처기 업부 주관의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에 선정됐다.



우리 씨와 다영 씨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없고 스피커 가 없는 이들에게는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또 소위 주류라는 것에서 벗어나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함께 용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 다. 여기에서만큼 ‘나’는 더 이상 숨지 않고 나다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전통 지붕양식이면서 존중의 마음을 담아 서로 마주보고 절을 한다는 뜻의 맞배집. 맞배집을 꾸려가 는 주인장이나 이곳을 찾는 이들 모두는 서로를 존중 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중구 보문로260번길 17(대흥동), 2층 홈페이지 https://matbaezip.com 인스타그램 @matbaezip


허용주 사진 최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