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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4차산업혁명·인공지능시대 "중요한 것은 ‘직업’이 아니라 ‘작업’"

2019.10
  • 등록일 : 2019-09-26
  • 조회수 :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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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스마트시티, 미래도시를 실험하다’ 주제 강연

“4차 산업혁명시대, 단순하게 특정 일자리가 사라지고 특정 일자리는 생기는 방식의 변화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이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하다.”
정재승 교수가 최근 ‘백분포럼’이 마련한 제7차 정기포럼 초청강연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정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 기술혁신이 불러일으킨 일자리의 변화에 대해 “20세기 테크놀로지에 의한 혁신으로 제조업에서의 일자리는 줄었지만 서비스업에서의 일자리는 늘어 전체 일자리 수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동화 시스템, 최적제어기술, 인공지능 덕분에 노동생산성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고용은 늘지 않고있으며 심지어 가계소득은 줄고 있다. 일자리의 지형도 변화가 가장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업무의 지형도 변화를 고민해야
정 교수는 일례로 약사라는 직업의 업무 지형도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은 약사가 안정적이고 수입도 좋은 직업이지만 현재 약사가 하는 업무는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방전을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약을 조제해서 포장까지 해주고 증세를 말하면 적절한 약을 권해주는 역할도 인공지능으로 가능하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약사라는 직업은 사라질까?’라는 질문에 정 교수는 “약사는 약국을 다른 관점에서 정의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주치의처럼 동네 고객을 보살피는 일, 맞춤형 예측 서비스,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관리를 할 것이다. 약국의 역할 자체가 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약사는 줄어들까? 늘어날까? 그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약국의 역할, 업의 본질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시대, 나만의 답을 찾는 교육 필요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은 어떻게 인공지능과의 공생을 준비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정 교수는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닮아가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은 지난 70년 동안 인간으로 하여금 인공지능을 흉내 내도록 교육해왔다. 선진국이 만들어낸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데 급급했고 학습한 지식을 정확하게 실수 없이 뱉어내게 하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을 평가했다. 좋은 질문을 하고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내게 하기보다 정답 찾기에 급급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런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회사에 들어가니 회사도 마찬가지인 곳이 됐다. 실패를 두려워하다보니 새로운 시도보다는 해외 성공사례를 찾아다닌다. 핵심성과지표를 만들어 모든 직원을 정량평가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한 직원보다는 사고를 안 친 직원을 더 선호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정해진 답을 남들보다 먼저 찾는 교육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해답을 제시하는 능력이 더 존중받아야 한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더 큰 성취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며 경쟁하는 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학교에서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평가하는 세상이 될 때,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과 공생하면서 더욱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사회로 거듭날 것이고,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지성이 가야할 미래라는 것이다.

허용주 사진 박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