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네번째 박물관 속 작은 전시] 향 문화
-
기간
2022-07-27 ~ 2022-09-27
- 장소대전시립박물관 상설전시실 내
- 주관시립박물관
- 내용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향은 그 목적에 따라 일상과 의례에 걸쳐 두루 사용되었다. 먼저 일상의 영역에서 보면, 왕실과 문인들은 기호에 따라 외모를 꾸미고 향을 내는 장식으로 활용했다. 주로 휴대가 편리한 장식품으로 만들어졌는데 향을 담은 주머니인 향낭, 향을 내는 노리개인 향노리개, 부채고리에 매다는 선추에 향을 넣은 향선추 등이다. 또한 조선 후기 문인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기록을 통해 생활 속 활용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저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아름다운 향은 밤늦게 책을 읽을 때 잠을 물리칠 수 있고,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 마음을 태우고 생각을 뜨겁게 할 수 있다.’라 표현하며 향을 즐긴 선비들의 정취를 보여준다.
향이 가진 약성(藥性)에 따라 몸을 치료하고 벌레를 쫓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향을 이용한 의료법의 하나로 향침(香枕)이 있다. 향침은 향·약재를 베개의 충전재나 그 자체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의학서적인 본초강목(本草綱目),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등에 기록되어 있으며 수면장애, 두통, 건망증, 정기보강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전시된 향침은 동의보감(東醫寶鑑) 내경편 1권에 기록된 신침(神枕)의 방식을 따라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실용품이자 의료품으로서의 향침의 쓰임을 보여준다.
의례의 영역에서 향은 일찍이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인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향을 피웠고 피어오르는 향을 신과의 매개체라 여겼다. 불교가 시작된 이래로 향 공양은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삼국시대 향 공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왕실에서는 혼례, 관례, 책봉 등의 주요 행사나 의식을 거행할 때 향 연기와 냄새를 피움으로써 왕실의 신성함을 드러냈다. 향에 대한 관심과 유교 의식의 발달로 조선시대에는 왕실 소속의 향 만드는 사람인 향장(香匠)을 두고 각종 의례에 쓰일 향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향은 일상 속 장식품이자 마음을 다스리는 고상한 취미이며 때론 병을 치료했다. 또한 신비로운 향기와 연기로 신과 왕실의 존엄을 표현하는 의례 용구이기도 했다. 향의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우리는 생활공간에 향초를 켜고 외출할 때면 향수를 뿌리기도 한다. 이러한 현대의 모습과 비교하며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의 향 문화를 이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