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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DAEJEO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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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넥스트코드 2021
  • 전시기간 2021-10-13 ~ 2021-11-21
  • 부문 평면, 입체, 영상
  • 작품수 178점
  • 관람료 성인 500원, 학생 300원
  • 출품작가 김영진, 박지원, 스텔라 수진, 이상균, 임승균
  • 전시장소 1전시실,2전시실
  • 주최 및 후원 대전시립미술관
  • 전시문의 042-270-7331
  • 기획의도
    대전·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의 등용문인 《넥스트코드》는 지역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작가를 양성한다는 의의가 있는 프로젝트이다. 2008년 《전환의 봄》으로 시작된 대전시립미술관의 청년작가지원전은 20년 동안 140여명의 역량 있는 청년작가들을 발굴했다. 또한 공정한 작가 선정을 위해 대전·충남 지역에 연고가 있는 39세 이하의 청년작가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공모와 외부 전문가 심사를 병행했다.
  • 전시내용
    《넥스트코드 2021》에서는 김영진, 스텔라 수진, 박지원, 이상균, 임승균 5인의 작가를 소개한다. 이들의 작업을 대중의 미적 감수성과 개인의 취향을 모두 포괄하는 '캠프(Camp)'의 개념으로 다섯 가지의 시각코드를 제안하고자 한다. 캠프는 세대, 성별 등 이분법적인 틀을 벗어나 쉽게 정의되지 않는 특별한 감수성이다. 캠프는 1960년대 사회·문화 현상을 정의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2004)의 〈캠프에 관한 노트(Note on Camp)〉(1964)를 통해 미학적 담론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캠프에 대해 58가지의 단상으로 서술한다는 것은 그 개념이 쉽게 정의되거나 범주화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넥스트코드 2021》에서는 여러 캠프 담론 중 문화적 취향의 범주로 확장된 다층적인 캠프론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캠프는 비정치적인 감수성이자 스타일로 인공성, 양성성, 아이러니를 그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아방가르드와는 다른 제 3의 감성으로 미학의 범주에 속한다. 《넥스트코드 2021》의 김영진, 박지원, 스텔라 수진, 이상균, 임승균 5인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의 표현하는 미적 가치들은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복합적인 개념인 캠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원본에 대한 모방이지만 원본을 뛰어넘는 미적 가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공적인 감수성이 두드러지는 김영진, 이상균과 안과 밖, 육체와 정신을 이중으로 전복시키는 탈자연화된 젠더 의식을 보여주는 스텔라 수진, 주류 사회에 대한 아이러니를 다루는 박지원, 임승균의 작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넥스트코드 2021》 참여작가 김영진, 박지원, 스텔라 수진, 이상균, 임승균이 보여주는 캠프, 다섯 가지의 시각코드는 개인의 감수성과 취향에 근거한다. 캠프는 자신이 즐기는 대상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일종의 사랑이라 볼 수 있으며, 단순한 애호를 떠나 함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캠프는 판단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즐기기, 느끼기 방식이다, 《넥스트코드 2021》는 참여작가 김영진, 박지원, 스텔라 수진, 이상균, 임승균 이들이 지속할 사랑의 대상을 응원한다.
  • 작가정보
    캠프, 탈자연화된 젠더
    스텔라 수진

    캠프 담론에서 버틀러의 퀴어 연구는 문화 현상학, 페미니즘 등으로 확장되는 초석을 다지게 했다. 스텔라 수진의 탈자연화된 젠더 의식은 캠프의 기원이 되는 퀴어 담론의 젠더 정체성에 대한 논의에 연장선상에 자리한다. 스텔라 수진은 신체를 매개로 이종, 혼성 결합된 이미지를 맑고 투명한 색채로 드로잉한다. 〈카란틴 드로잉〉(2021~)은 파리에 거주중인 작가가 코로나 락다운을 하며 제작한 연작으로 세밀하게 그린 식물화들은 고어하고 오컬트한 부분이 결합된다.

    특히 올해 작업한 신작의 경우, 지중해의 코르시카 섬에서의 코로나 락다운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코르시카 섬은 토속신앙과 가톨릭이 섞인 주술적 신앙이 두드러지는 곳이라고 한다. 〈사이코트로픽 가든〉(2021)는 주술사이기도 산파이기도, 치료사이기도, 또한 마녀로도 불리는 이들이 사용하는 약초, 독성식물, 향정신성식물을 그린 것이다. 작가의 관심사는 이러한 소외된 여성에서 여신(女神)으로 옮겨가는데 이는 작가가 여성성과 자연의 공통점인 모성과 생식력을 강조하는 문화 생태주의, 여신전통의 영적 페미니즘인 에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사가 자연스레 연결된 듯이 보인다. 〈독거미〉(2021)는 인디언 신화에서 창조의 여신을 상징하며, 〈아테나의 부엉이〉(2021)의 경우 아테네 여신을 함께했던 부엉이의 종을 그린 것이다. 〈보사노바 로스콧과 바빌론 로스콧〉(2021)은 작가가 승마를 하면서 처음 탔던 말의 쌍둥이 자매를 그린 것이다. 말이 쌍둥이인 경우는 흔치 않은데, 작가는 말을 의인화하여 시스터후드, 여성 연대를 표현했다. 이처럼 스텔라 수진의 작업 전반에는 위계적 이원론이 아니라 연결을 의미의 중심에 둔 대안적인 생태적 세계관이 강조된다.

    캠프, 인공적인 감수성
    김영진, 이상균

    캠프는 원본에 대한 모방이지만 원본을 뛰어넘는 미적 가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공적인 감수성을 보여준다. 캠프는 연극적인 성격으로 자칫 가볍다고 오해받지만 사실 캠프에서 진지함은 결정적인 요소이며 그것을 인공적인 우아함으로 표현한다. 김영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나 감정 등을 포토그램(photogram)으로 시각화한다. 이상균은 필드리서치를 통한 토목 건축물 이미지 등 3차원의 건축이나 공간을 2차원의 평면 회화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김영진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공간 속 기억이나 감정의 흔적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기억이나 감정의 흔적들을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 아크릴, 비닐 등의 재료를 통해 포토그램(photogram)으로 표현한다. 포토그램은 카메라의 렌즈 없이 암실 속에서 인화지와 빛과 사물만으로 표현하기에 한 번에 단 한 장의 사진만 인화할 수 있다. 〈섬〉(2016-2017) 연작은 작가가 아이슬란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느꼈던 감정의 흔적을 다양한 종류의 유리컵을 통해 포토그램으로 인화한 작업이다. 〈나비〉(2021) 연작은 인터넷에서 매일 나오는 익명의 사람들의 사망에 관한 기사를 소재로 했다. A4용지나 반투명한 트레팔지에 프린트한 후 종이접기를 통해 포토그램으로 인화한 작업이다. 자연재해나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죽음은 미완성의 종이접기 형태로 구현된다. 나비모양은 아동학대에 희생된 아이들의 죽음을 반투명한 트레이싱지로 종이접기했다. 익명의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물리적인 실체로 시각화한 〈나비〉 연작을 통해 작가는 그만의 방식으로 추모한다.

    이상균은 필드리서치를 통한 토목 건축물 이미지 등 3차원의 건축이나 공간을 2차원의 평면 회화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여수토방수로 언체부〉(2021), 〈여수토방수로 급류부〉(2021), 〈교량신축이음〉(2020), 〈낙석방지망〉(2020), 〈농업용수로〉(2020), 〈보강토옹벽〉(2020), 〈취수탑〉(2020) 등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토목 건축 이미지들을 이미지 해체를 거치며 다양한 재료 표현으로 회화적으로 변형한다. 작가의 건축적인 관심은 토목건축업이 종사하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작가가 답사하고 필드 리서치를 통해 수집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아버지께서 직접 지어올린 대전의 저유소, 강원도 교량이나 저수지 등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에는 이러한 서사성은 지워지고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공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건축적 풍경의 면면을 필드 리서치를 통해 수집한 후, 이를 관찰하고 이미지의 재료로 삼는 것이다. 작업의 출발은 물리적인 건축물의 이미지였지만, 화면에 옮기는 과정에서의 선택들로 구축한 화면은 결과적으로 회화 그 자체가 된다. 대상의 재현이라는 회화의 오래된 의무감에서 벗어나 회화로 존재하게 하는 요건이나 회화라는 형식 그 자체를 드러나도록 의도한다.

    캠프, 역할 수행자
    박지원, 임승균

    캠프는 주류 사회에 대한 아이러니에 대한 패러디 등으로 인해 B급 감성으로 보이지만 삶을 은유적으로 확장한 감수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박지원은 한국의 전통적 가치들과 현대적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를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기록한다. 임승균은 일상에서 채집한 관심에 기반한 지역적 리서치를 과학적 실험의 도구를 차용하여 작업한다. 손택이 언급했듯, 캠프 취향이 소중히 여기는 많은 대상들이 시대에 뒤쳐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된 것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월을 거치며 그 활력이 저하되는 과정 자체가 그 대상에 대한 초연함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그 동안 한국의 전통이라고 인식되어 왔던 특정 문화들이 한국의 산업화, 근대화를 겪으면서 변형되고 존속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특히 전통 문화의 변두리에 스며드는 근대화, 산업화의 흔적에서 나타나는 단절된 풍경에 주목한다. 세종 연기군 고등리 안골마을에 위치해있는 〈고등리 석조보살입상〉(2021)은 시기를 알 수 없으나 현재 도로 옆 길가에 쌩뚱맞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다. 아들을 점지해 준다는 믿음이 있었던 안골 미륵불은 현재는 마을 신앙이나 개인적 치성의 대상도 아닌 상태라 방치되고 있다. 〈송운사 약수터〉(2020), 〈탑사 약수터〉(2020)에서는 대웅전 등 신성시 되는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약수터를 그린 것으로, 플라스틱 바가지와 함께 공존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감을 보여준다. 〈김천 광덕리 석조보살입상〉(2021)는 전각 주변으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양봉장이 자리하여 역시 종교적 도상과 속세의 도상이 충돌되는 화면을 보여준다. 〈달토끼〉(2021)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도상인 달토끼를 아크릴, 프로파일 등 현대적인 산업재와 결합하여 현대버전의 탑을 제시한다. 현재 작가는 박물관으로 이관되지 못하고 마을에 남겨진 석불들, 지방의 기도터 등지를 답사하며 단절과 부조화의 지점을 탐구한다.

    임승균이 취하는 작업의 재료들은 산책을 하며 얻는 자연이나 일상 등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잎〉(2021) 작업은 유리액자에 나뭇잎이 담긴 작은 작업으로 작가가 호숫가를 산책하며 발견했다. 물가에 자리해 분리된 나뭇잎은 작가의 눈에 선입견이나 관습 등 레이어가 벗겨지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가 제시하는 이미지들은 고착화된 인식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업을 발전시키는 과정 가운데 유사 과학자와 같은 특유의 몽상적인 ‘리서치’가 진행된다. 〈인공지층샘플〉(2017)은 대전의 지질조사를 통해서 대전의 산내 골령골에서 자행된 학살 8군데의 토양을 수집해서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된 기억의 지층을 구성했다. 〈잉여문화오브제〉(2021)는 산성(山城)이 많은 대전의 지리적 특색을 리서치한 결과물이다. 삼국시대라고 추정되는 월평산성에서 수집한 박물관에는 전시되지 못하는 기와, 토기 조각들을 수집하여 3D스캐닝을 통해 구현한다. 그저 추정뿐인 시대를 작가는 탄소연대측정을 통해 정확한 연대기를 발굴해낸다. 이러한 리서치의 과정에서 얻은 대전의 이미지들을 겹쳐 출력된 이미지들을 추상적으로 나열한 〈인스톨레이션〉(2020) 형식으로 발전된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물질이나 상태에서 하나의 사건을 도출하는 대안적 시각이 두드러진다.
  • 출판물정보
    도록, 전자책 출간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