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흐’라 불리는 천재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
천재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극작가 김의경의 대본과 이윤택의 연출로 1991년 초연한 작품이며, 극작가 김의경의 섬세한 필치와 이윤택의 유려한 연출, 이중섭으로 분한 김갑수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동아연극상 연기상등 주요 연극상을 대거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14년, 김의경 작가와 이윤택 연출, 초연 때 인형을 제작한 이영란 작가가 고전이 된 창작극 <길 떠나는 가족>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작해 다시 한 번 극찬을 받았고 드디어 2016년 5월,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무대에 이 작품을 올린다.
이윤택 연출은 기존의 장치와 세트를 걷어내고 그 대신 이영란 작가의 그림과 오브제로 무대를 채운다. 이중섭의 그림 속 아이, 새, 나무, 소, 게 등을 형상화한 오브제들이 배우들의 디테일한 움직임을 통해 그림으로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기도 하고, 이중섭으로 분한 배우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이중섭의 대표작 <흰 소>를 능숙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배우들이 평면의 달구지를 타고 어디론가 향해 가는 마지막 장면 -공연의 제목이기도 한 그림 <길 떠나는 가족>- 을 만들어낼 때의 여운은 ‘이윤택표 연극’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극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작품 전체에 흐르는 <월드뮤직 그룹 반(VANN)>의 라이브 연주가 극의 감흥을 더한다.
“집중과 확산의 콘트라스트가 생겨 무대의 리듬감이 전체적으로 살아서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이윤택 연출은 우리 연극에 파문을 던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태주(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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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1954)”
공연의 제목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1916∼1956)의 유화 <길 떠나는 가족(1954)>에서 따왔다.
그림은 앞에서 소를 모는 남자, 흐드러진 꽃이 실린 달구지 위에 한 여인과 두 아이가 모두 즐겁게 나들이를 떠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을 그리기에 앞서 작가는 경쾌한 필치로 밑그림을 그려 편지와 함께 일본에 있는 아이들에게 보냈는데 “아빠가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아빠가 앞에서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다.”라고 편지에 직접 밝히고 있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길 떠나는 가족> 그림이 무대에 재현되는데, 예술적 고뇌와 시대의 아픔 속에 방황했던 불운한 예술가가 비로소 자유와 행복의 세계로 떠나는 듯 하다.